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요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수해 복구부터 평양 주민들의 생활보장에 이르기까지 민심 달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만큼 수해 피해가 크고 민심 동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의 큰물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날 직접 차를 몰고 현장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예비양곡을 풀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농장 마을 800세대를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했습니다.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을 해제하여 피해 지역 인민들에게 세대별로 공급해주기 위한 문건을 제기할 데 대하여 해당 부문에 지시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찾은 건 집권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라선시를 방문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수해가 난 지 20여 일이 지나 ‘복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따라서 수해 발생 하루 만에 신속하게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최고 지도자가 직접 주민을 돌보고 있다는 ‘애민정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장마 피해 현장에도 직접 차를 몰고 가고, 트럭에  쌀을 실어보내고, 이를 조선중앙TV가 전국에 중계하고, 인민을 보살피는 것이 자신의 통치철학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당 간부들의 ‘세도주의’를 없애고 민심을 달래는 움직임은 올 2월 말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부정부패를 이유로 노동당 2인자였던 이만건 조직지도부장을 공개 해임했습니다.

이어 6월 7일에는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평양시민들의 주택 문제와 수돗물, 그리고 채소(남새)공급 등 생활보장을 지시했습니다. 당시 북한 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수도 시민들의 생활보장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시면서 살림집 건설을 비롯한 인민생활 보장과 관련한 국가적인 대책을 강하게 세울 데 대하여 강조하셨습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7월 20일 평양 대동강 구역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건설 책임자들이 ‘지원사업’ 명목으로 인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책임자를 모두 교체하라고 지시했습니다.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중방] ”건설연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리고 8월 6일에는 집중호우로 황해북도 은파군에 수해가 발생하자 직접 차를 몰고 현장을 찾은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렇게  ‘애민정치’와 ’멸사복무’를 강조하며 움직이는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난과 민심이반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황해도 수해 현장에 갔다는 것은 그만큼 민심 동요가 있다는 얘기구요.” 

북한은 지난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에서 들어오던 식량, 비료, 밀가루, 설탕, 식용유, 의류같은 생활필수품 수입도 끊겼습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북한 당국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1월 말부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해 장마당 거래를 제한하고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했습니다. 이어 7월 26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최대비상체제를 선포했습니다.  

국경봉쇄와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해 물가가 오르거나 물건이 귀해졌고, 이 때문에 장마당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가던 상인들과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 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는 한국의 탈북민 단체인 NK 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지금 최고조로 완전 봉쇄를 하고 사람 이동도 못하게 하니까 바이러스 잡으려다 사람 잡는 것 아니냐며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초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평양에서도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을 대할 면목이 없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배급을 주면 괜찮은데 배급도 못주면서 장마당 장사도 못하게 하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당 간부들은 배급을 받지만 일반 주민들은 배급을 못받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Rations are being cut continuously. problem is rations are paid for state workers millions…”

김정은 위원장은 13일 평양의 노동당 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수해 복구를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오는 10월까지 끝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큰물 피해와 관련해 어떤 외부 지원도 받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3만9천296정보(약 3만 8천 헥타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살림집(주택) 1만6천680여 세대, 공공건물 630여동이 파괴 또는 침수됐습니다.

도로와 다리, 철길이 끊어지고 발전소 둑도 붕괴됐고, 지역별로는 강원도 김화, 철원, 회양, 창도군, 황해북도 은파군, 장풍군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노동당 창건일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해를 복구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그 때까지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국 정부 산하기구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전국적인 재해가 발생했고, 서해안 황해남북도 평안도 곡창지대가 큰 피해를 입었는데, 김 위원장의 정치국 회의 발언대로 철도, 도로, 언제, 둑이 모두 피해를 입었는데, 이걸 북한의 고갈된 경제력으로 단기간에 복구하기는 불가능하죠.” 

북한은 현재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고강도 제재로 인한 경제난에 코로나 사태, 그리고 대규모 수해까지 입었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