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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에 조업권 불법 판매…2018년 1억 달러 이상 수입”


동해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 (자료사진)
동해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 (자료사진)

북한 선박 수 천 척이 매년 러시아와 일본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북한이 불법으로 중국 어민들에게 조업권을 팔아, 결국 이런 조업 활동이 중국 어민들에 의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마치 대규모 군함이 출정하듯 바다 위를 빽빽하게 메운 목조 어선들. 하늘 위에서 바라본 이 어선들의 행렬은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집니다.

가지각색 크기의 어선 수 천 척이 줄을 맞춰 조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장소는 러시아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그리고 이 어선들은 바로 북한 국적의 어선들입니다.

프랑스의 보도전문 채널인 ‘프랑스 24’ 방송국이 북한 어선들의 불법 조업 활동을 탐사취재해 8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북한 국적 어선들은 수 년 전부터 러시아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해 어업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해양학연구소의 비아체스라프 두비나 연구원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이런 불법 활동이 더 심각하고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북한 어선들이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 남쪽 끝자락을 조금씩 넘어와 조업 활동을 벌인 것에 그쳤다면 지난해부터는 아예 인근 해역까지 진출했다는 겁니다.

두비나 연구원은 큰 배가 소형 목조 어선들을 인양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형태로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어민들은 무엇보다 이들 선박의 조업 활동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한 러시아 어민은 북한 어선들이 사용하는 그물망은 망 사이가 촘촘하게 짜여진 ‘예인망’ 형태로, 러시아에서는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그물망은 작은 물고기까지 싹 잡아들여 결국 씨를 말려버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어민은 북한 어선들이 나타나면서부터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다며 특히 러시아 해양 경비 당국의 감시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익명의 해양 경비 요원은 북한 어선들이 연안까지 가까이 오면 경비정과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쫓아내지만 수 천 척의 배가 한꺼번에 넓은 바다 위에서 활동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이어 북한 어선들은 이런 대규모 불법 조업 활동이 실제로는 중국 어민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북한 당국이 중국 어민들에게 조업권을 팔아 북한에 등록된 배를 내어준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이를 중개하고 있다고 소개한 한 브로커는 이 다큐멘터리의 잠입취재에서, 중국에서 매년 800척, 많게는 1천

척의 배가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사고 있다며, 거래는 북한 군과 노동당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에는 민간기업이 없는 만큼 조업권을 중국 업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브로커는 또 조업권 구매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도 설명했습니다.

중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사들인 어업허가증은 일시 허가증으로, 이를 들고 북한으로 오면 정식 어업허가증으로 교환 뒤 이 허가증에 등록된 배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또 다른 북한인은 조업권 구입을 가장한 취재원에게 1년 기간의 허가증 가격이 3만 위안, 약 4만 3천 달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자원이 굉장히 풍부한 곳이 있다며, 바로 러시아 쪽 구역이라고 안내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취재진은 제재로 북한의 수입이 크게 줄면서 북한이 이 같은 조업 판매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이 같은 불법 조업권 판매를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배 한 척 당 3개월 활동 가능한 어업허가증이 약 5만 7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지난 2018년 북한이 이를 통해 약 1억 2천3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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