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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지식인들 “김정은 건강이상설, 세습보다 변화에 초점 맞춰야”


북한의 39호실 고위관리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한 리정호 씨.
북한의 39호실 고위관리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한 리정호 씨.

미국에 사는 탈북 지식인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북한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 잠재적 엘리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간부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해 사는 리정호 씨는 29일 VOA에,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일부 정부와 언론의 보도가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김정은이 잘못될 경우 김여정이나 김평일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란 얘기들을 많이 하니까 북한 사람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 세습을 정당화시켜 주면 4대, 5대 세습 계속 가면 앞으로 100년 이상 변화가 없지 않나? 그럼 북한 주민은 계속 노예로 살아야 하고, 한반도는 핵 위협에 시달려야 하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잖아요.”

리 씨는 북한의 많은 엘리트와 주민들은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국가를 개혁개방으로 이끌 합리적인 지도부를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누가 자유를 구속 당하며 살고 싶겠습니까? 북한의 엘리트든 핵심 권력에서 일한다고 할지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내 가족이 노예로 구속되어 사는 것보다는 좀 자유롭게 살고 싶은 심정이 다 있단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세계를 봅니다. 중국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고 자유롭게 부를 누릴 수 있는데, 북한은 뇌물을 받거나 돈을 가져도 제대로 쓸 수 없어요. 북한 간부들과 자녀들도 굉장히 조심합니다. 왜? 잘못 걸리면 3대가 멸족되니까.”

리 씨는 또 “북한은 유일지도체제로 당파와 지역, 세력 싸움조차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우려하는 급변사태나 ‘아랍의 봄’ 같은 대격변이 일어나기 힘들다”며, “조직에 얽매인 체제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사망해도 시스템은 당분간 지속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정을 위해 세습구도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과 분석은 북한인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3대 세습은 더 이상 하지 말라. 북한의 엘리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그런 방도를 제시하는 게 좋단 말입니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보고 이렇게 얘기하고 있구나. 더 이상 3대 세습하지 말고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집단지도체제로 해서 개방도 하고 나라의 번영을 이뤄갈 수 있게 해야하지 않나.”

북한 지역 간부 출신으로 미국 남부에 사는 아브라함 씨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관한 많은 보도가 변화를 꿈꾸는 북한인들을 “격분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브라함 씨] “국제사회가 (3대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 기초 위에서 뉴스 보도도 해주면 좋겠는데, 김여정이니 누구니 다 왕실 집안입니다. 이젠 북한 간부들도 신물이 났어요. 계속 3대, 4대 세습 같은 소리만 뉴스에서 하고, 북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하는데, 그런 보도 자체가 북한 사람들의 자유 의지를 짓밟는 겁니다. 솔직히 격분해요. 자존심이 있고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기분 없는 소리예요. 북한 간부들도 기분 없어(나빠) 할 거예요”

아브라함 씨는 북한 간부들도 대부분 장마당에 의존할 정도로 북한은 이제 통제경제가 아닌 시장체제로 가고 있다며, 거기에 걸맞은 새 지도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브라함 씨] “새로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지도부가 나와야죠. 시장경제만 지향하면 핵무기가 필요 없죠. 독재체제를 고수하고 김 씨 일가의 시신이나 보관하고, 반인륜적 정책을 지향하려고 하니 핵이 필요한 거죠.”

북한 수학교사 출신으로 미 중남부에 사는 엄명희 목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추측과 권력 승계에만 맞춰지는 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확인한 것처럼 세계 최악의 폐쇄국가가 이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제사회가 북한에 보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녹취: 엄명희 목사] “김정은이 죽었든 식물인간이 됐든, 북한사회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 그런 때가 됐다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그들이 사회주의체제를 계속 끌고 가기 보다는 주민들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에 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까. 변화의 시점에 다가왔다는 것만이라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북한 대학교원 출신인 매리 씨는 많은 북한인들이 힘은 없지만, 의식이 많이 깨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인식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리 씨] “북한 사람들은 고난이라는 것을 겪으며 엄청 머리가 계몽됐습니다. 외국 것도 많이 듣고. 정치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나 밥심하는 사람들일수록 머리가 텄습니다. 그래서 일단 3대 세습이란 자체를 부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려고 몸을 그렇게 부풀렸겠습니까”

매리 씨는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하루하루 절실하기 때문에 외부 소식을 많이 들으려 한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국제사회가 “변화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북한에 많이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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