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하와이의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에서 미군 영현병들이 한국군 유해를 태극기로 관포하고 있다. 사진제공=제니 진 박사.
지난 22일 하와이의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에서 미군 영현병들이 한국군 유해를 태극기로 관포하고 있다. 사진제공=제니 진 박사.

지난 2018년 북한에서 송환된 미군 유해 가운데 24구의 신원이 지난 두 달 동안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는 3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55개 상자에 담겨 돌아온 250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미군 유해가 68구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유해 송환 협상에 참여했던 진 박사는 최근 한국으로 귀환한 한국군 유해 147구의 분류와 송환 과정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전 참전 용사 147명의 유해가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박사님이 직접 한국군으로 분류하고 송환한 유해들이죠?

제니 진 박사) 네, 맞습니다. 저희가 지난 1년 반 정도 집중적으로 분석해서 한국군으로 판명돼 이번에 송환했습니다.

기자) 유해라고 부릅니다만, 사실 한 분 한 분이 참전용사란 말이죠. 사후에나마 유해를 일일이 감식해 한국군으로 분류한 당사자로서 느끼는 감정은 특별했을 것 같습니다.

제니 진 박사) 이번엔 특히 한국 측에서 147구 중에서 일곱 분의 신원을 확인한 상태였어요. 그분들이 어떤 상황에서 실종됐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떤 유족이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고, 이런 것들을 저희가 미리 알 수 있어서 더욱 더 의미가 특별했습니다. 짠한 순간들이었는데요. 특히 제 경우는 할아버지도 이북에서 전쟁 중에 내려오셨고 한국군으로 참전하신 분이셨기 때문에 더더욱 짠했어요.

기자) 원래는 북한 땅에 묻힌 미군 유해로 인식하고 하와이 감식소로 옮겨온 것들이 맞죠?

제니 진 박사) 네, 그렇죠. 북한에서 미군 유해라고 이야기하고 줬기 때문에 저희가 그렇게 인지하고 받았습니다.

기자) 북한도 미국에 건넬 때는 미군 유해로 알고 보낸 것이겠죠? 나중에 어떻게 한국군으로 분류가 된 건가요?

제니 진 박사) 그렇죠, 미군 추정 유해로 저희에게 줬는데, 뼈만 보고는 인종 구분이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머리뼈가 다 남아있는 경우에는 인종 구분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보존 상태가 좋은 유해가 별로 없었고요. 그런 상태에서 북한이 유해를 미군인지 한국군인지 분류하는 작업은 아마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다 같이 받았습니다.

미국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송환될 147구의 한국군 유해가 22일 한국 공군 수송기에 실려있다. 사진제공=제니 진 박사.

기자) 한국으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일인데, 원래 미군 유해라고 받은 것 중에서 147구가 한국군이라면, 상대적으로 북한으로부터 받은 미군 유해 비율은 줄게 된 것 아닌가요?

제니 진 박사) 미군 유해 비율이 줄었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유해를 받고 나서 육안으로 감식을 했을 때 그중에서 30% 정도는 미군이 아닐 것으로 추정했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DNA 기법이나 동위원소, 이런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을 결합해서 보니까 30%가량이 미군이 아닐 것으로 봤던 저희의 추정이 맞았습니다.

기자) 육안으로 그렇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요. 아무튼 북한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받은 208개 상자와 55개 상자에서 한국군 유해가 147구나 나왔다면 상당히 많은 거 아닌가요?

제니 진 박사) 많은 숫자가 맞습니다. 30% 정도로 보시면 되니까요. 55개 상자를 받았고, 208개 상자를 받았지만, 실제 그 안에 들어있던 사람 수는 그것보다 훨씬 많았거든요.

기자) DPAA에 내부에서 ‘어 이거 전부 미군 유해인 줄 알았는데 한국군 유해가 너무 많은데’ 하고 놀라거나, 실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분위기는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제니 진 박사) 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저희가 한국군과 함께 싸웠잖아요. 함께 싸운 자리에서 유해가 같이 돌아와서 저희가 이분들을 감식해서 한국으로 다시 송환할 수 있었다는 데 대해서 오히려 기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기자) 일반인들이 보기엔 뼈를 가지고 미군이다, 한국군이다 분간한다는 게 정말 신기한 일인데요. 어떤 기법을 쓰면 그런 차이를 알아낼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떤 특성이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제니 진 박사) 저희가 일단 육안으로 뼈를 봤을 때 한국군이 키와 몸집이 좀 더 작았기 때문에,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그런 것들이었어요. 물론 그것만 가지고 한국군이다, 미군이다 판단할 순 없지만 일단 뼈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을 기반으로 한국군 추정을 했던 거고요. 그다음에는 DNA를 썼고요. DNA를 쓰면 어느 인종인지 대충 나오거든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저희가 한국군과 미군을 분류했습니다.

23일 미국 하와이에서 한국군 유해 송환식이 열렸다. 유해는 한국 공군 수송기에 실려 한국으로 귀환했다. 사진제공=제니 진 박사.

기자) 이렇게 미군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다가 한국군으로 밝혀지면 어떤 절차를 거치나요? 따로 분류해놓고 그때그때 한국에 통보하고 그렇게 하나요?

제니 진 박사) 저희가 한국군 추정 유해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한국 국방부에 통보했고요. 그다음부터는 실무 차원에서 조금 더 나올 때마다 대충 이 정도 숫자가 될 것 같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한국군으로 추정한다, 이런 정보를 저희가 계속 통보했어요. 저희와 한국 국방부는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계속 협조를 해나가다가 이제 저희가 분석이 완료되면서 이번에 송환하게 됐습니다.

기자) 한국에서 발굴된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6구도 이번에 미국으로 돌아왔죠? 직접 인수하셨습니까?

제니 진 박사) 6.25 70주년 기념식에서 저희가 147구를 한국 측에 돌려보내고, 한국 측에서 저희에게 미군 추정 유해 6구를 줬습니다. 그 유해가 다음날 한국을 떠나서 하와이 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에 여기 도착했어요. 그래서 저와 저희 팀원들이 나가서 유해를 받아서 저희 기관으로 옮겼습니다.

기자) 그동안 활발히 진행돼 온 미군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때문에 감식 작업이 여전히 영향을 받는 상황인가요?

제니 진 박사) 저희가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석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출근을 하고 있지 않고요. 필요한 경우에만 허락을 받고 랩(연구실)에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한국군 송환과 관련해서도, 유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랩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팀원들만 출근했습니다.

한국에서 발굴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6구도 26일 하와이로 송환됐다. 사진제공=제니 진 박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그렇게 감식 작업이나 환경이 바뀐 뒤에는 몇 분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습니까?

제니 진 박사) 저희가 비록 재택근무를 하지만 놀랍게도 신원 확인율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한국전 참전 미군이 총 30분인데요. 그중 26분이 올해 4월 이후, 그러니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에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기자) 오히려 가속도가 붙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8년 북한에서 미군 유해 상자 55개가 송환됐죠? 미-북 1차 정상회담 이후 이뤄진 성과여서 특히 주목받았었고요. 지난 2년 동안의 신원 확인 성과를 좀 알려주시죠.

제니 진 박사) 저희가 그 상자를 받은 게 2018년 7월인데요. 그때 상자를 받자마자 저희가 유해 감식을 빠르게 진행해서 약 250분이 상자 55개 안에 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신원 확인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고요. 그중 77구가 한국군으로 판명이 돼서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간 것이고요. 그중 68명의 미군이 신원 확인된 상태입니다.

기자) 그럼 미군만 보면 (지난 4월 현재 44구에서) 24구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된 거군요.

제니 진 박사) 그렇죠.

기자) 가장 최근 받은 55개 상자 말고도, 오랫동안 진행해온 K208 프로젝트, 또 그 이전에 받거나 발굴해온 유해를 모두 포함하면, 그동안 몇 분이나 신원을 밝혀내셨습니까?

제니 진 박사) 저희가 6.25가 끝난 다음에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분들의 숫자를 보면 약 583명입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 583명의 절반 이상이 지난 10년간 신원 확인이 이뤄진 것이거든요. 그래서 신원 확인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

기자) 최근에 급부상한 유해 신원 확인 프로젝트가 있죠? 하와이의 일명 ‘펀치볼 국립묘지’에 묻혀있던 무명용사 묘가 70년 만에 개장되면서 유족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제니 진 박사) 펀치볼 국립묘지에 한국전 무명용사로 남아있는 미군이 650명 정도 되거든요. 그 묘를 앞으로 7년 정도 계획으로 개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지금 말씀하신 대로 유족들이 간절히 요청해온 바이고요. 진행은 순조롭게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너무 많다 보니까 작업이 좀 힘들고요. 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저희가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당분간 묘지 재개장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래도 저희가 다시 근무를 할 수 있게 되면 그때 바로 개장 작업을 시작해서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자) 설명해 주신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약 5,000명으로 추산되는 미군이 북한 땅에 묻혀있습니다. 미-북 관계가 꽉 막혀있어 추가 송환 조짐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알고요. 직접 북한에 들어가 유해를 송환해 신원 확인까지 하고 계신 분으로서 어떤 바람, 혹은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제니 진 박사) 유해를 송환해오고 신원 확인하는 입장에서는 아직도 북한에 남아있는 분들이 유족분들이 살아 계실 때 하루라도 빨리 저희에게 오셔서 신원 확인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이 쉽지 않은데요. 그래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유해 송환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로부터 한국군 유해 147구 송환 과정과 미군 유해 신원 확인 현황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