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민들이 'DMZ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6월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민들이 'DMZ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들이 한국 정부가 추진 방침을 밝힌 비무장지대,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 구상에 대해 민족 분열을 영구화하려 한다며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한국 측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무시한 반응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한국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비무장지대,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 구상에 대해 “비무장지대를 관광지대, 돈벌이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쓸개빠진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 문화재청은 앞서 지난 11일 발표한 ‘2020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키로 하고 이를 위해 올해 12월까지 남북 간 협의를 거쳐 세계유산 등재의 선결조건인 잠정목록 공동등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신년회견에서 같은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남북 합의를 사실상 백지화하고 외세와 야합해 북침전쟁 책동에 매달려온 장본인들이 비무장지대의 평화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뻔뻔스러운 행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도 20일 한국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이 비무장지대를 합법적으로 고착시켜 민족 분열과 대결의 비극을 영구화하려는 반통일적 범죄행위라고 몰아세웠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비난이 취지를 왜곡한 일방적인 논리라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에 북한 선전매체 주장에 일일이 반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기본 성격상 돈벌이가 목적일 수 없고 비무장지대 세계유산 등재는 냉전시대의 역사적 유산으로 인류에게 교훈을 주자는 취지로, 분단 영속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 가운데 노예박물관이 있는데 북한식의 논리대로라면 이 박물관이 노예제를 유지하자는 취지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런 거친 반응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며 이런 제안을 내놓을 게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하라는 입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남북 합의 백지화’ ‘북침전쟁 책동에 매달린 장본인’ 등의 표현이 북한의 이런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북한연구실장] “실질적으로 군사적 안보적 측면에서의 위협을 서로 해소하는 노력을 남쪽이나 한-미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 논리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고 그 논리는 결국 자신에 대한 안전보장 소위 적대시 정책을 해소는 하지 않으면서 부차적인 등재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 논리인 거죠.”

홍 실장은 이와 함께 북한과의 활발한 교류를 지향하는 한국 정부와는 달리 북한은 광범위한 남북 교류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비무장지대는 군사적 긴장이 첨예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북한 군부의 반대도 심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제안은 과거 박근혜 정부 때도 나온 것으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 차원의 접근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민족통일을 앞세워 이 문제를 바라보는 데서 시각차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의 세계유산 등재는 부차적인 문제로 보고 있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북한이 휴전선을 생명체가 허리가 잘린 것으로 보거든요. 그래서 통일은 끊어진 허리를 연결해야 된다는 이런 논리를 갖고 있는데 그러니까 통일의 논리로 보느냐 평화의 논리로 보느냐에 따라서 DMZ 관리 문제도 남북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이번 비난 글들이 ‘남조선 당국’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선전매체의 개인 필명이라는 형식을 빌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월 5일에도 선전매체를 통해 한국 통일부의 전반적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비무장지대의 세계유산 공동등재 계획을 한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