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역에서 사살된 한국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지난달 24일 북한 해역에서 피살된 한국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은 유엔 측이 북한 서해상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사할 경우 관련 첩보 내용을 제공할지에 대해 법적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피격 공무원 유족은 청와대 등 한국 정부를 상대로 관련 정보공개 청구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은 서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에 대한 유엔 측 조사가 있을 경우 이에 협조할 뜻을 밝혔습니다.

서 장관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이 씨의 자진월북 여부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유엔이 조사에 나서면 프라이머리 소스 즉, 초기 자료 제공 여부를 법적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욱 장관] “유엔 인권 조사가 되면 있는 그대로 저희는 제시를 할 겁니다.그러니까 저희는 그것을 판단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그것은 해경의 수사 판단인데 저희는 프라이머리 소스 자체를 그대로 제공, 법적 검토를 포함해서 이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 장관은 이번 사건이 유엔총회에 보고된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유엔으로부터 증거자료 제출 요구는 아직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욱 한국 국방장관. 사진=한국 국방부.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원격회의에 출석해 북한 인권 현황을 보고하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이 민간인을 자의적으로 사살한 것으로 보이며, 국제 인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서 장관은 또 북한이 이 씨가 실종됐을 당시 한국 측이 이 씨를 수색 중인 상황을 알고도 사살했을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에 따르면 한국 해경은 이 씨의 실종 당일인 지난달 21일 ‘71번 채널’로 불리는 경인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를 통해 실종 지역에 12차례 방송을 했고 해상교통 문자방송으로도 5차례 주변 선박에 이 씨의 실종 사실을 알렸습니다.

해당 통신수단들은 인근 해역의 어선과 상선 등에 보내는 일방 통신 수단으로, 상호교신은 아니지만 북한이 이 씨 실종 당일부터 수색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 장관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북한에 직접 통보를 하진 않았지만 해경 방송을 통해 듣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씨의 유족들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사법적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에 나섰습니다.

유족 대리인인 엄태섭 변호사는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8일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 공개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청구할 내용은 이 씨의 실종에서부터 죽음까지 청와대가 어떤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와 대통령이 내린 지시가 어떠한 내용이 있었는지 등입니다.

앞서 유족들은 한국 국방부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 모두 5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과 이 씨 시신 훼손 장면을 촬영한 녹화파일, 이 씨가 근무했던 어업지도선 동료직원 9명의 진술서 등에 대한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한국 행정기관들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으면 10일 안에 청구자에게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결정 답변을 해야 합니다.

엄태섭 변호사는 퀸타나 보고관이 지적했듯 북한의 사살행위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유족들은 한국 정부가 이 씨의 실종 당일부터 이튿날 사살당하기까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확인하고 정부를 상대로 직무유기 혐의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엄태섭 변호사] “정보공개 청구는 실종 당시 생사에 대한 확인을 국가가 했는지 여부 그리고 확인했다면 그 이후 국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그리고 사후에 자진월북과 관련해서 국가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명확하게 사실을 알고 사실을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에 대응하기 위함이다라는 거죠.”

유족들은 정보공개 청구가 거부되더라도 유엔 인권위원회에 이 문제를 제소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군의 총격에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지난 6일 서울 주재 유엔인권사무소에 동생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피살자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앞서 지난 23일, 북한에서 수감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 부부에게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래진 씨는 편지에서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올 것”이라며 “웜비어 부모님이 보여준 불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습니다.

오토 웜비어는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했습니다.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 19일 이래진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과 우리는 모두 같은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과 끔찍한 학대의 피해자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