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으로 있다가 탈북해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의원.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

과거 한국 내 군사 독재에 항거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은 세계 최악의 독재체제를 3대째 유지 중인 북한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 또 당시 광주 소식을 한국 안팎에 전했던 외신들처럼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고, 민주화 시위를 탄압했던 가해자들이 처벌받은 사례를 알려 북한 당국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지낸 태영호 한국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 민주화 운동의 대표적 상징곡 중 하나인 ‘아침이슬’을 부릅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이 대목이 저는 제일 좋았습니다.”

태 의원은 18일 과거 자신을 비롯해 평양의 대학생들은 ‘아침이슬’이 한국 노래인지 모르고 즐겨 불렀다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1주년을 맞아 독재에 저항했던 광주 정신이 북한으로 전파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기념 메시지에서 광주가 최근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들에게도 광주가 희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저는 오늘 광주가 북한의 희망이 되고 앞으로 5월이 평양이 되기를 바랍니다. 독재정권에 항거해 민주화를 이루고자 했던 우리 국민의 희생정신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제 우리 민족의 남은 과제는 오월의 민주화 정신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2007년 한국에 정착한 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주요 심장부였던 전남대에서 공부하는 등 광주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탈북민 지현아 씨는 18일 VOA에, “5·18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5·18 기념일이 되면 대부분 학교가 당시 시위대가 먹던 주먹밥 체험을 하고, 민주화 구호 현수막이 온 거리에 펄럭이는 등 독재에 저항해 한국을 민주화로 이끈 데 대한 시민들의 긍지가 넘쳐 보인다는 겁니다.

지 작가는 그러나 광주 정신이 아라비아반도의 사해처럼 정체되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그 저항 정신이 북한 민주화의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작가] “우리가 성경 말씀처럼 축복의 통로가 되고, 사랑의 통로가 되고 또 물질의 통로가 되고, 나만 잘살고 나만 누리고 이런 것이 아니라 나도 누리면서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을 또 불행하게 살고 있는, 내가 예전 과거 때 살았던 그 모습으로 (북한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하면 그분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분에게 물질이 흘러가도록 하고 또 그분에게 그 사랑이 전달되도록 하는 그런 역할이 필요한 데, 정말 이 민주화라는 이분들이 가진 그런 마인드가 북한에도 해당된다. 북한 땅에도 흘려보내야 된다라는 이 주장은 정말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지 작가는 독재에 대한 항거 정신은 “선별적이 아니라 세계 모든 독재사회에 일관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1980년의 광주와 달리 시위조차 할 수 없는 북한 사회에 광주 시민들이 먼저 빛을 비춰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 광주 시민들이 민주정부 수립과 신군부 퇴진, 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며 전개한 민주화 운동으로 당시 계엄군의 유혈진압과 시민들의 저항으로 적어도 165명이 사망하고 수 천 명이 다쳤습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선발돼 현재 미국의 한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성주 씨도 광주 정신을 북한 주민들도 배워 북한 사회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주 씨] “광주의 정신은 주민들이 자기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스스로 쟁취한 사건이거든요. 광주에 일어난 민주화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동일하게 북한 사회 내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결국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거든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에게도 인권이 있고, 자신들의 나라를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을 하루빨리 깨닫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 씨는 특히 광주 정신은 현재 한국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과도 대치된다며, 계엄군의 유혈진압에 대응했던 광주 시민들이 당시 외부 정보를 통해 힘을 얻고 투쟁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주 씨] “사실은 광주 때도 전두환 군사정권이 다 통제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정보들이 흘러나왔고 광주에 있는 사람들도 라디오를 통해서 외부세계가 지금 광주의 이러한 참혹한 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 사람들이 들음으로써 희망을 가진 거거든요. 그리고 끝까지 저항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똑같은 그림이 북한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외부 정보를 통해 의식이 깨인 북한 주민들이 독재 탄압에 항거하는 시기가 오면, “그들도 광주 시민들처럼 외부 매체를 통해 국제사회가 그들의 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욱 용기를 가질 것”이란 겁니다.

실제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김상집 ‘참여자치 21’ 전 대표는 과거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광주 시민들이 당시 “VOA 라디오 방송을 듣고 광주의 투쟁이 어떻게 밖으로 전달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 “외곽으로 피신한 사람들이 VOA 방송을 들으며 광주가 여전히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속속 광주로 모여들었다”며 자신이 “1년 뒤 특별사면으로 출옥하고 나서야 많은 국민이 주로 VOA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광주 소식을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미얀마에 ‘Peace 라디오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광주 정신은 북한 내 인권 침해를 가하는 당국자들에게도 경각심을 줘 예방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 군인 출신으로 한국의 한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신지성(가명) 씨는 “당시 계엄군을 동원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군부세력은 나중에 처벌을 받았고, 명령에 불복종한 일부 군인과 경찰, 독재에 저항했던 시민들은 재평가를 받은 역사적 사실이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지성 씨] “그때 영웅처럼 보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처벌받았고 반대로 그때 역적이었던 사람은 오히려 다시 재평가를 받아 영웅으로! 그러면서 북한도 깨달아야 한다고. 지금의 영웅이 훗날의 역적이 되고 지금의 역적이 훗날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한편 태영호 의원은 과거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반파쇼 민주화 봉기, 력사적 사변’으로 선전하던 북한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민주화’를 빼고 민중 봉기만 강조하고, ‘노동신문’은 관련 기사를 대폭 줄이다 올해는 한 건도 없다(19일 현재)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북한체제에 ‘덕’이 될 줄 알았던 남한의 5·18 민주화 운동이, 사실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오히려 ‘해’가 될 것이란 자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