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북한 라선항에 선적을 앞둔 석탄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7년 11월 북한 라선항에 선적을 앞둔 석탄이 쌓여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며 불법 석탄 수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석탄 밀수출로 번 돈이 3억7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북한이 왜 이렇게 석탄 밀수출에 매달리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석탄 수출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은 2000년대 중반으로 보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의 석탄 수출은 미미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8년 북한의 석탄 수출 규모는 2만7천t, 액수로는 34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0년 뒤인 2007년 북한의 석탄 수출은 1억6천만 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2억 달러, 그리고 2010년에는 3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또 2011년에는 무려 11억4천만 달러 상당의 석탄을 수출했습니다.

북한 지하자원 전문가인 한국의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석탄 수출이 늘어난 배경에는 중국의 석탄 수요 증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과거 중국은 무연탄을 자체 생산하거나 베트남에서 수입해 썼는데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다보니까, 또 북한에 무연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서로 상호작용이 있었던 거죠.” 

석탄 수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북한의 권력기관들이 앞다퉈 석탄 수출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실권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군부, 그리고 노동당 조직과 돈주들이 석탄 수출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평양에서는 석탄 수출을 둘러싸고 이권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장성택이 더 많은 석탄 수출 이권을 차지하려고 하자 다른 쪽에서 반발하고, 이는 장성택 숙청의 빌미가 됐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은 2013년 12월 이뤄진 장성택 숙청 판결문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판결문을 보면 ‘장성택은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하여 심복들이 거간꾼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국가재정관리 체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에 파는 매국행위를 함으로써…”

지난 2013년 12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체포 사실을 공개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남재준 국정원장도 당시 국회 보고를 통해 "장성택이 석탄 관련 이권에 개입했다가 숙청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회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던 정청래 전 의원입니다. 

[녹취: 정청래 의원] “기관 간 이권 갈등 및 장성택 측근 월권 문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김정은이 이권 개입 조정 지시가 거부되자 유일영도 위배로 결론을 내려 숙청했다.”

당시 북한 수뇌부는 장성택을 ‘반당, 종파’ 행위로 몰아 처형했지만 실제로는 석탄 수출을 둘러싼 이권다툼이었다는 겁니다.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북한의 석탄 수출은 계속됐습니다. 2013년에는 13억 달러, 2014년에는 11억 달러, 2015년에도 10억달러 상당의 석탄을 수출했습니다. 석탄 수출이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이자 경제를 지탱하는 돈줄이 된 겁니다.

그러나 석탄 수출은 2017년 9월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중단됐습니다. 북한이 그 해 20여 기의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돈줄 차단에 나섰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그 해 8월,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 결의 2371호를 채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석탄을 비롯한 북한산 광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석탄 수출이 중단되자 북한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석탄과 철광석은 북한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석탄 수출로 번 돈이 노동당과 군부, 국영기업, 돈주, 장마당, 광부 호주머니에 들어가야 경제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서 북한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출을 못해 돈이 들어오지 않자 탄광을 운영하던 군부가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북한 통일전선부 간부 출신 탈북민 장진성 씨입니다.

[녹취: 장진성] ”군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왜냐면 군에 석탄독점권을 줬는데, 석탄을 팔아야 외화로 군복이나 군수물품을 사올 수 있는데 이게 끊기니까 군 경제가 망가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광부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석탄 수출길이 막히자 수 만 명의 광부들이 장마당으로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고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중국 수출 문제로 생산량이 50% 줄었다고 하면 5만 명은 나가야 하는데, 전부 나가는 것은 아니고, 유지보수해야 하는 인력도 있어야 하니까, 탄광에 적을 두고 장마당에 가서 생계를 이어가는 식으로 변하는 것같습니다.”

북한에는 평안남도의 순천탄광, 개천탄광 등 640여 개 크고작은 탄광에서 10만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석탄 수출 길이 막히자 북한은 밀수출에 나섰습니다. 북한은 황해북도 송림항과 평안남도 대안과 남포 같은 항구를 통해 석탄 밀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은 석탄을 해상 환적 또는 원산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밀수출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7년도에는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 3만5천t이 한국으로 반입돼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석탄 밀수출은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북한의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남포항에서 석탄 2만6천t을 싣고 밀수출하려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된 데 이어 미국에 의해 압류됐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이후 경매를 통해 매각됐습니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해 5월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항에 정박해 있다.

석탄 밀수출이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최근 보도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1월부터 8월까지 370만t의 석탄을 밀수출했습니다. 

유엔은 이같은 석탄 수출로 북한이 3억7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석탄 밀수출 규모가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수출액이 2억 달러 정도인데 석탄 밀수출로 3억7천만 달러나 벌어들였다는 겁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rth Korea export, if new UN data is correct it’s large amount of money..”

동시에 이는 석탄 수출 중단으로 인한 타격이 크고 외화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북한으로서는 외화 수급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 지하자원 수출을 모두 막았으니까, 금액을 충당할 데가 없어요. 3년 가까이 수출을 못하니 타격이 크죠. 저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수요가 있는 한 기를 쓰고 수출할 것으로 봅니다.”

석탄 수출은 미-북 간 핵심 쟁점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할테니 석탄을 비롯한 핵심 제재 5개를 풀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비밀 핵시설까지 폐기할 것을 요구해 회담은 결렬됐습니다.

미-북 양측이 석탄 수출 금지를 비롯한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비핵화 협상은 장기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