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선박 ‘썬’ 호(원 안)가 북한 남포 항을 향하는 모습. 그러나 썬 호는 얼마 후 AIS를 끄고 사라졌다. 자료제공=MarineTraffic.
17일 중국 선박 ‘썬’ 호(원 안)가 북한 남포 항을 향하는 모습. 그러나 썬 호는 얼마 후 AIS를 끄고 사라졌다. 자료제공=MarineTraffic.

북한을 드나드는 중국 등 제 3국 선박이 최근 크게 늘어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10여 척이 남포 항 일대를 드나들었는데, 이 기간 석탄 항구가 선박들로 가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7일 화물선 두 척이 서해상에서 남포 방면으로 운항하는 모습이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포착됐습니다.

이들 선박은 중국 깃발을 단 ‘썬(Sun)’ 호와 선적 정보가 불분명한 ‘8UN’ 호.

그러나 두 선박은 대동강 진입 직전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자신들의 위치를 외부에 알리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같은 날 이들 선박이 사라진 지점에서는 중국 선박 ‘바오슌 69’ 호와 ‘안하이 66’ 호가 중국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잠깐 포착된 뒤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들은 약 열흘 전 북한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끝으로 지도에서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북한을 빠져나오는 형태로 위치가 잠깐 드러난 겁니다.

VOA가 지난 일주일 사이 남포 항 일대에서 포착된 중국 등 제 3국 선박을 확인한 결과, 12척이 남포 항 인근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적 별로는 중국 깃발을 단 선박이 6척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시에라리온과 피지가 각각 1척, 그리고 선적이 불분명한 선박이 4척이었습니다.

이들 선박들에선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대부분 길이 100m 안팎의 중소형 선박이고, 모두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대신 MMSI 즉, 해상이동업무 식별부호만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또 출발지가 분명하게 확인된 선박은 최초 출항 지역이 중국 저우산 인근이라는 공통점도 발견됐습니다.

제 3국 선박들이 남포 항에 직접 입항하는 건 국제사회 제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자주 볼 수 없던 현상입니다.

이 기간 북한 선박들은 직접 남포를 드나들며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선박과 맞대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는 모습이 관측돼 왔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중순께부터 제 3국 선박이 직접 남포 항에 입항에 제재 위반 행위를 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번에 발견된 중국 등 다른 나라 선박들이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남포 항을 드나드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선박이 석탄 취급 항구에서 발견되는 등 제재 회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 선박 청공66 호(원 안)가 15일 북한 남포 항 일대에서 포착된 모습 (위). 다음날 인근 석탄 항구에는 청공66호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선박이 정박한 모습이 발견됐다(아래). 자료제공=MarineTraffic (위), Planet Labs (아래).

한 예로, 지난 15일 마린트래픽에는 ‘청공66’이라는 이름의 중국 화물선이 남포의 석탄 항구에서 약 1.2km 떨어진 지점에서 잠깐 포착됐습니다.

VOA는 이 선박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시점 촬영된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을 통해 해당 지점 인근에 머물던 선박 1척을 확인했는데, 다음날 위성사진에는 이 지점이 비어 있었습니다.

그 대신, 석탄 항구에 청공66호로 추정되는 선박과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선박이 정박해 있었습니다.

아울러 16일 남포 항 등 여러 항구가 밀집한 대동강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이 지역 항구에 정박한 길이 100m 안팎의 선박 11척 중 8척이 남포와 송림, 대안 등 석탄 취급 항구에 정박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일대에서 활동하는 선박 대부분이 석탄 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선박업계 전문가는 17일 VOA에 석탄이 소형 선박에 실려 직접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해양경비대는 지난 5월 합동으로 북한 등의 제재 회피 목적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미국은 이 주의보에서 북한이 석탄 거래 등 제재 위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만 370만 t 상당의 석탄을 수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4월 VOA에, 북한의 제재 회피 기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Ports receive North Korean cargos…”

와츠 전 위원은 금지된 북한의 화물을 입항시킨 항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