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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 '격노' 출간…"김정은, 자식들에게 핵무기 부담 지우고 싶지 않다 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자식들에게 핵무기의 부담을 지게 하고 싶지 않다며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장이 새로 출간한 책에서 밝혔습니다. 이 책은 2017년 미-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핵 전쟁의 가능성이 거론됐다고 전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 자식들에게 핵무기의 부담을 지게 하고 싶지 않다며 비핵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5일 출간되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의 책 ‘격노(Rage)’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초 평양을 방문한 폼페오 장관이 “한국 측으로부터 북한이 비핵화할 의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의 책 ‘격노(Rage)’.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의 책 ‘격노(Rage)’.

김 위원장은 “나는 한 사람의 아버지 (I’m a father)”라며 “내 아이들이 남은 삶 동안 그들의 등에 핵무기를 짊어지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책은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폼페오 장관에게 당시 미국과 북한이 전쟁에 “매우 가까웠다”고 말했고, 두 사람은 양측이 긴장을 더 이상 고조시키지 않기를 바란다는 데 신속히 합의했다고, 책은 덧붙였습니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이 책에서 2018년과 2019년 사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오고 간 편지 27장을 입수했다며, 그 중 25장은 자신의 책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 내용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앞서 알려진 “전 세계는 머지않은 미래에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저와 각하의 또다른 역사적 만남을 틀림없이 보게 될 것”이라고 한 김정은 위원장의 2018년 12월 25일자 서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28일자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답장에서 “당신의 따뜻한 마음과 생각을 매우 감사히 여긴다”며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 두 나라 간 훌륭한 결과가 성취될 것이라는 데 의심이 없으며,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두 정상은 당신과 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9년 1월 8일에는 김 위원장에게 보낸 생일 축하 편지에서 “축복과 성공으로 가득한 세월이 있을 것”이라며, “당신의 나라는 역사적인 번영의 길로 곧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차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보낸 것으로 여겨지는 2019년 1월 18일자 편지에서는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역사적인 일”이라며 “곧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책은 이 편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편지와 달리 타자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검정 매직마커 펜으로 손으로 쓰여졌고, 편지 말미에는 ‘당신의 친구 도널드 J. 트럼프 (Your friend, Donald J. Trump)’라고 적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백악관 각료회의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백악관 각료회의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2월 19일자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짧은 서한에 싱가포르 회담에서 촬영한 사진 4장을 함께 보내면서, “다음주에 만나는 것을 기대한다”며 “그것은 위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해 6월 김정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직후 보낸 6월 30일자 편지에는 두 정상의 사진이 네 개로 나눠져 실린 `뉴욕타임스’ 신문 1면을 보냈고, 이후 7월 2일에는 22장의 사진과 편지를 보냈다고 책은 밝혔습니다.

7월 2일자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나라를 밟게 된 것과 우리의 중요한 대화를 재개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며 “당신과 당신 나라 사람들이 위대한 번영을 누리고 핵 부담으로부터 당신을 벗어나게 하며, 향후 세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큰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책은 또 미국이 2017년 북한이 처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데 대해 전략 미사일 발사로 대응한 것도 서술했습니다.

북한이 2017년 7월 3일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급 화성 14호 미사일을 발사하자 짐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의 승인에 따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전략 미사일 발사를 지시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북한의 ICBM 발사 이틀 후인 2017년 7월 5일 미군과 한국군이 동해에서 실시한 합동 미사일 타격 훈련에서 주한미군이 보유한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과 한국군의 현무-2A탄도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된 것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7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한국 동해안에서 열린 미한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 2017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한국 동해안에서 열린 미한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제공.

우드워드 부편집장의 책은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demonstration)와 경고 성격을 띄었던 미군의 미사일이 한반도 군사분계선에서 평행한 길을 따라 위치한 해변에서 발사됐으며, 동해로 186 마일, 즉 299 킬로미터를 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거리는 미군의 미사일 발사점을 기준으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장 또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것으로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텐트까지의 거리와 똑같은 거리였다고, 책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미사일 발사 거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변안전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를 전한 것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미사일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장이나 김정은 위원장을 쉽게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을 북한 정권이 깨달았음을 시사하는 첩보는 입수되지 않았다고, 책은 전했습니다.

또 매티스 당시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선제적 전쟁에 대한 대비 계획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미 전략사령부는 북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작전계획 5027을 신중히 검토했고, 또 지도부를 타격하기 위한 작전계획 5015는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했다고 밝혔습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

한편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책에서 거론된 핵무기 80개 사용 가능성이 거론된 문장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공격에 핵무기

80개로 대응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대미 공격에 80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VOA에, 미국이 재래식 방법으로도 이룰 수 있는 북한 정권교체를 위해 과도한 양의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북한의 핵 역량 가능성이 80개에 이를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첩보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군 전문가 역시 익명을 전제로,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의 공격에 대응해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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