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상으로 질문을 받고 있다.
토이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상으로 질문을 받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외교가 중심이라며 북한의 향후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에 나서기 보다는 기싸움을 지속하면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도발 카드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 북한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외교가 중심이라며 북한이 이 기회를 잡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가 공개된 직후 3건의 담화를 한꺼번에 발표하면서 미국의 새 대북정책 기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북한에 외교 공간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면서 북한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대형 도발을 자제한 채 검토 결과를 기다려왔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북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됩니다.

블링컨 장관이 북한에 공을 넘긴 모양새이지만 새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도 대응에 신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지금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게 공을 넘기면서 기싸움이 장기화하려는 국면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대미 도발 카드들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이를 테면 일정한 기간을 두고 북한 쪽에서 계속적으로 말로 위협하는 강도,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위협적인 제스처 예를 들면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완성과 관련된 여러 군사동향을 보여 준다든지 아니면 풍계리나 영변에서 아주 사소하지만 여러 가지 움직임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박형중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한국 정부의 대화 재개를 위한 과감한 선제조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불투명하다며 오는 21일 개최되는 미-한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북한이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해 미국이 아직까지 수용할 조짐이 없다고 판단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천영우 전 수석은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키우되 판을 깨지 않는 수준의 도발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 심화로 미국과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면 북한이 불리해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유엔 추가 제재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전략 도발도 섣불리 할 수 없는 게 북한의 난감한 상황이라고 천 수석은 분석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북한이 지금 제재도 버티기 힘드는데 더 제재가 강화되면 북한은 핵을 아무리 갖고 있어도 그건 굉장히 위험하죠, 망하는 거죠. 북한이 지금 상태에서 대화를 안하고 버티면 갈수록 레버리지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향한 북한과의 외교전 준비를 마쳤다고 한 점으로 미뤄 미-북 간 물밑접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미-한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북한과의 물밑접촉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종료됐지만 검토 결과에 대한 공식 브리핑 절차가 없었고 미-한 정상회담에서의 구체 협상안에 대한 조율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에 미-한 연합훈련이 8월에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6월 중 접촉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부응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미-북 간 기싸움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이 물밑접촉을 해왔다고 해서 만남으로 갈 것이냐, 지금 나오는 성명으로 보면 그렇게 하지 않고 조금 더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내구력을 점검하겠죠. 경제 상황이나 북-중 관계나 이런 측면이 충분히 미국에 대해서 버티기를 시도할 정도라면 조금 더 버티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는 카드로 재래식 도발이나 단거리 미사일을 추가적으로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요.”

대미 압박을 위한 한반도 긴장 조성용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한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북 전단금지법 시행 이후 탈북민 단체의 첫 대북 전단 살포 사건을 한국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지 주시하겠지만 한국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든 북한은 도발 명분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은 지금의 이 행동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대가 지불을 하겠다 아니면 제2, 제3의 행동이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차단하겠다 라는 의도로 강도를 조절하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있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담화를 통해 한국 정부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한다면서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며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