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손녀와 함께 판문점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지난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손녀와 함께 판문점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와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과 북한과의 인연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1년 8월, 조 바이든 상원의원은 북한을 방문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은 동료의원 3명과 함께 8월 초 타이완과 중국, 북한, 한국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바이든 의원은 방북에 앞서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이런 계획을 전달하는 한편 보좌관을 평양에 보내 방북 문제를 타진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위원장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7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23일간 러시아를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중국 방문에 이어 서울에 도착한 바이든 위원장은 방북 계획이 무산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시각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민주당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을 바라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과 주고받기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었습니다.

실제로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10월 북한에 경수로 2기와 중유 50만t, 그리고 미-북 관계 정상화를 약속하고 핵 문제를 동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2000년 6월 이뤄진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이었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001년 1월 취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극도로 불신했습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존 볼튼 국무부 차관보 등 신 강경 보수파로 불리는 `네오콘’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는데, 이들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보수파들은 북한 문제를 국내정치의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는 ABC(Anything But Clinton)라는 용어가 나돌았는데, 이는 ‘클린턴 정책만은 안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강경파들은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집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1년 3월 7일 열린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남북 화해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이어받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나는 북한 지도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 합의를 준수하는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한편 북한과의 주고받기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 개최를 앞둔 2004년 7월 15일, 바이든 위원장은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검증 가능한 핵 폐기 약속과 그 이행을 대가로 다자간 안전보장과 중유 제공, 제재 완화와 미-북 외교관계 정상화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In my view, my understating, put forward a reasonably comprehensive and detailed…”

바이든은 2009년 1월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통령이 됐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펼치려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광명성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2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녹취: 중방] “우리의 과학자와 기술자의 요구에 따라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 5월25일 또 한 차례 지하 핵실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럼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2012년 2월 29일 북한의 핵 활동 중단과 식량 지원을 맞바꾸는 2.29 합의를 맺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합의가 있은 지 보름 만에 다시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했고, 4월 13일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어렵게 맺은 2.29합의가 파기되고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적 인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북한은 2013년 2월에는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바이든과 민주당이 주장하던 대북 관여 정책은 파산하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Obama policy toward North Korea was collapse, after…”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대북 발언 기조를 바꿔놓았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있는 그대로 북한 보기’와 ‘주고받기식’ 협상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3차 핵실험 이후 바이든 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2013년 12월 한국을 방문해 연세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이) 나쁜 행동을 하는 데 대해 보상하는 패턴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United States and world must make to clear Kim Jung-un will not accept North Korea..”

바이든 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매체를 통해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 기간 중 바이든 후보는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 또는 ‘폭군’으로 지칭했습니다.

[녹취: 바이든]”Embrace dictators Putin and Kim Jung-Eun..”

그러자 북한은 지난해 11월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바이든과 같은 미친개를 살려두면 더 많은 사람을 해칠 수 있으므로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막말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한 바이든 후보의 비판은 지난달 22일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을 “불량배(thug)”라고 부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정당화, 합법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어떤 조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가 핵 역량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에서”라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전 부통령] “On the condition that he would agree that he would be drawing down his nuclear capacity…”

흥미로운 점은 앞서 지난해 11월 ‘독재자’ 발언에 대해 바이든을 ‘미친개’라고 불렀던 북한이 바이든 후보의 ‘불량배’ 발언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켜보며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North Korean government in flux, they don’t know…”

미국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