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이 배석했다.
북한이 지난해 3월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이 이전 행정부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하고,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다만 내용 면에선 절제됐다는 평가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단거리이며, 아주 일반적인 미사일일 뿐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se are short-range missiles, we never discussed that. We discussed nuclear.”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발사체는) 우리가 논의하지 않았던 단거리 미사일들”이라면서 “우리가 논의한 건 핵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5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당시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나는 다르게 본다’며 볼튼 보좌관의 평가를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마침 그 날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Let me say that, number one, UN resolution 1718 was violated by those particular missiles that were tested.”

북한이 시험한 특정 미사일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대한 위반이라는 겁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와 달리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점을 명확히 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은 전날인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이점은 또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했을 당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벨기에,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북한의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이런 행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별도의 성명도 내지 않았습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하루 뒤인 25일 국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아울러 26일에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소집했습니다.

발사체의 종류가 단거리라고 할지라도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전임 행정부와 차별됐다는 해석을 내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은 내용 면에서는 상당히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26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의 경우, 안보리 회원국이 참석해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긴급회의’가 아닌 표결 권한 등이 없는 ‘대북제재위원회’를 소집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결국 안보리 차원의 언론보도문이나 의장성명, 혹은 더 나아가 제재 결의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겁니다.

아울러 지난 21일 북한은 순항미사일로 알려진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공개한 건 미국 정부가 아닌 언론들이었습니다.

백악관은 이 보도가 나온 뒤 예정에 없던 긴급 언론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발사가 도발과는 무관한 통상적 활동의 일환이라며 그 의미를 평가절하했습니다.

북한의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과는 거리가 멀고," 미-북 외교의 기회 역시 여전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에 대해 "여느 때와 같은 일"이라며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조율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2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의 목표는 협력국과 동맹간 전략적 목표를 화합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조율되고 효과적인 접근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은 우리의 협력국과 유엔 안보리 이사국과 함께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중요한 조치에 관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의 도발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성 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이 나서 한국 측 상대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백악관은 지난 23일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하는 화상회의 개최 사실을 밝혔는데, 시점 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