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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렉스 웡 전 부대표] "미한 입장 일치해야 비핵화 성공 가능성 커져…중국, 더 많은 역할 해야"


알렉스 웡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알렉스 웡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오는 21일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은 철통같은 미한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킨다고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말했습니다. 웡 전 부대표는 미한 간 입장이 일치됐을 때 비핵화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정상회담 이후에도 양국이 대북정책 이행을 위한 조율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 실무를 맡았던 웡 전 부대표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웡 전 부대표) 이번 한국과의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동맹국들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매우 강력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만남이었고, 이번에 문 대통령을 만납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 있는 상당히 굳건한 미국의 두 동맹국 정상과의 만남으로 외교 행보를 시작한다는 것은 고무적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한 간 논의할 여러 현안 가운데 북 핵 문제가 반드시 포함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요?

웡 전 부대표) 북한 문제는 분명히 의제가 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의 중대한 우려사안입니다. 특히 두 지도자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를 마친대북정책의 구체적 내용, 이행 방안 등을 조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평양과의 외교 준비를 위해 한국과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을 것입니다. 다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는 미국의 외교적 관여 노력에 북한이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협상 재개 준비가 돼 있다는 그 어떤 신호도 북한은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겠지만, 다른 포괄적인 역내 사안들에도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전략과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을 상대로 한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고 서로 연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등 보다 광범위한 사안들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이렇게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웡 전 부대표) 정말 알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결정 과정은 상당히 불투명합니다. 또한 북한 측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북한의 상황을 보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도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 방역을 주장하며 봉쇄 정책을 계속 이어가는 것 같고요. 북한이 신종 코로나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기 전까지는 외교를 시작할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의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한 정상이 만납니다.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양국은 어떤 부분에서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할까요?

웡 전 부대표)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강력한 외교의 핵심은 미국과 한국의 철통 같은 동맹관계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정책을 완전히 조율해야 합니다. 미한 간 입장이 일치됐을 때 비로서 비핵화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바로 지금 이 시점에 미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도 이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수주, 수개월 동안 계속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관리들이 대북정책 이행을 위한 조율을 이어가야 합니다.

기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싱가포르 합의를 토대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웡 전 부대표)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성공을 토대로 하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싱가포르 합의는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광범위한 핵심 사안에 대해 북한 스스로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합의문에 직접 서명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과거처럼 외교장관이나 특별대표 등이 아니라 양국 정상이 직접 비핵화 진전을 위한 약속에 서명했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특히 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체제를 가진 북한에겐 더욱더 그렇습니다. 따라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4가지 합의사항을 대북정책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기자) 북 핵 문제는 단지 미국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다자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시면서, 중국의 역할론을 계속 강조해 오셨는데요.

웡 전 부대표)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집행하기 위한 유엔 제재 규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북한에 핵무기와 운반시스템에 대한 개발을 지속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다만 북한이 외교를 시작하고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나갈 때는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의 제재 이행 여부는 북한 문제 해결의 핵심 요소입니다. 지난해 12월 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하면서 중국이 제재와 관련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집행해야 할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었기 때문이죠. 중국이 북한으로부터의 불법적인 수입을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목격됐었습니다.

기자) 하지만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 불공정 무역 거래 등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양국이 북한 문제에 협력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웡 전 부대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집행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중국이 북 핵 문제를 두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두 나라 모두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으로, 서로 협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스스로 동의했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로부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의 의미와 주요 의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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