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7년 13살의 나이에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 씨.
지난 1977년 13살의 나이에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 씨.

납북 일본인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어머니가 딸에 대한 그리움과 재회의 희망을 담은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남편 마저 떠나 보내고 85세 나이로 홀로 딸을 찾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새로 들어선 미 정부가 일본과 협력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전날, 네가 있던 우리 집은 언제나 활기로 가득 찼단다. 이제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 졌고, 더 자주 지난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단다. 그리고 늘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되는 구나. 왜 이 긴 세월, 나는 너를 구출해 내지 못한 걸까?”

납북 일본인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모친 요코다 사키에 씨가 85세 생일을 맞아 딸에게 쓴 공개 편지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사키에 씨는 매해 자신의 생일을 맞아 딸에게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면서 딸에 대한 그리움을 표시하고 일본, 미국 정부에 납북자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해 왔습니다.

특히 올해 편지에는 딸을 북한에서 구출하기 위해 지난 40여 년을 함께 일해 온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데 대한 애잔함도 녹아 있습니다.

사키에 씨는 딸에게 “너의 아버지가 떠난 이후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면서, “매일 아침 환하게 웃고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며 인사를 하고 오늘도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일본의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고생했지만 너와 다른 납북자들이 북한에서 보낼 혹독한 시간을 생각하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편지를 쓰는 순간에도 흐르고 있는 시간을 아쉬워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없어 답답하고 화가 난다는 겁니다.

편지에는 일본 정부와 새롭게 들어선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호소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사키에 씨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납북자 문제 해결에 열의를 보이고 있고 납북자 피해자와 가족들을 걱정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뒤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잇게 되면서 희망의 빛이 계속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의 징후가 없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사키에 씨는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국가적 수치가 될 것이라고며, 일본 국민들도 납북자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여겨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납북자들의 생명을 정치적, 외교적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키에 씨는 마지막으로 딸에게 아무리 쇠약해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건강하고 재회의 꿈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일본 납북자가족협회가 공개한 요코타 메구미의 사진. 북한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촬영됐다.

메구미 씨는 지난 1977년 11월, 당시 13살 나이에 일본 니카타현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실종됐습니다.

북한은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 시, 메구미 씨의 납북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고이즈미 전 총리가 두 번째 방북을 했을 때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며 유골을 일본 측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DNA 감정 결과 이 유골은 가짜로 밝혀졌고, 지금까지 메구미 씨의 정확한 생사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에 의한 자국 국민의 납치 문제를 중시하며 국제인권 차원에서 다뤄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북한의 일본이 납치 실태와 진행 상황을 공개하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일본 납치문제대핵본부 유튜브 채널]

동영상에는 일본 정부의 납치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스가 총리와 데이비드 스틸웰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유럽연합 관계자의 모습도 담겼습니다.

또 지난 달 21일에는 스가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완전한 비핵화뿐 아니라,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스가 총리도 이같은 아베 전 총리의 방침을 이어갈 것이라며,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북자는 모두 17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주니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북한은 나머지 12명에 대해서는 8명은 이미 숨졌고, 다른 4명은 당초 북한에 온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