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뉴욕의 연방이민국 사무실에서 시민권 신청자가 성조기를 들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9월 미국 뉴욕의 연방이민국 사무실에서 시민권 신청자가 성조기를 들고 있다. (자료사진)

제3국에 체류 중이던 탈북민 일가족 3명이 지난해 미 외교관들의 도움으로 미국에 입국해 망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에 먼저 정착한 가족의 신원 보증과 현지 미 외교관들의 신속한 지원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복수의 소식통은 최근 VOA에 탈북민 부부와 자녀 등 3명이 지난 여름 미국에 입국해 망명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중순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제3국에 도착한 뒤 현지 미 대사관에 진입했고, 한 달여 만에 미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미국행을 원하는 제3국 내 탈북민이 현지에서 난민 지위를 받지 않은 채 미 정부의 특별 입국 승인을 받아입국한 뒤 망명 절차를 밟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소식통들은 현지 미 외교관들이 신속하게 미국행을 도왔고 미국에 먼저 정착한 이들 가족이 신원을 보증했기 때문에 빠른 입국이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탈북민 가족은 난민 지위를 받고 입국한 게 아니기 때문에 미 국무부가 공개하는 난민 입국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VOA는 앞서 국무부 난민현황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미 국무부는 탈북민 가족 3명의 입국에 대한 VOA의 확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탈북민들의 전반적인 상황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세계 어디에서든 난민을 강제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는 역내 국가들에 국제 약속을 준수하고 북한인들을 강제송환하지 말 것을 정기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인들이 한국과 미국 등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역내 동반국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work with partners in the region to enable North Koreans to settle in countries including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난 북한인들을 포함해 북한 주민들의 안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김영권 기자와 함께 관련 소식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탈북민들이 난민 지위를 받지 않은 채 먼저 미국에 입국한 게 매우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탈북민은 제3국에서 적어도 1~2년을 기다리면서 신원 확인 등 여러 절차를 거쳐 난민 지위를 받은 뒤 미국에 입국해 왔습니다. 비단 탈북민뿐 아니라 미국에 오려는 세계 대부분의 난민은 이런 과정을 밟습니다. 2004년 미 의회가 채택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제3국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은 지난달 31일 현재 218명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가족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나요?

기자)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우선 탈북민들이 질병에 걸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치료와 안정이 필요해 신속히 이동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둘째로 미국에 먼저 정착해 살고 있는 가족의 힘이 컸습니다. 이 가족이 미국에 정착한 뒤 성실히 일해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세금 보고를 착실히 한 것이 후원자 역할을 보증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겁니다. 아울러 제3국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구출단체가 중개 역할을 한 것도 큰 기여를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세금 보고가 탈북민 가족의 입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겁니까?

기자) 미국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은 개인의 신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신원을 보증하려면 국민의 의무인 세금 보고를 착실히 했는지, 재산 형성 과정과 목록, 전과 기록 등을 투명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이민법 변호사들은 지적합니다. 소식통들은 미국에 먼저 입국한 탈북민도 지난 3년의 세금 보고 기록과 재산목록 등을 당국에 제출한 뒤 가족의 입국이 빨라졌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입국한 탈북민 가족은 망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는데, 난민 지위를 받고 입국한 탈북민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난민 지위를 받고 입국한 탈북민들은 입국 후 바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또 각지에 있는 난민 지원 단체의 지원을 받아 정착과 취업 교육도 받고, 첫 몇 달 동안 주택 보조비와 식품 구매권 등을 받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입국한 탈북민들은 난민 지위가 아닌 비자 형태의 입국 허가서를 받고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법률단체 관계자는 VOA에, 이분들은 미국에서 새롭게 망명 절차를 밟아야 하고 노동허가서를 받을 때까지 일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가족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거죠.

진행자) 미국에 가족이 없는 탈북민들은 이런 절차를 밟기 힘들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비단 난민들뿐 아니라 일반 이민자들도 본인이 먼저 입국한 후 가족을 초청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탈북민들도 규모가 더 늘면 이런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는 현재 얼마나 많은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 정부가 공식 확인한,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한 탈북민 218명과 한국에서 온 소수의 탈북 유학생 외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습니다. 미 서부 로스엔젤레스에서 탈북민들의 망명 절차를 돕는 로베르토 홍 변호사는 13일 VOA에, 미국 내 모든 탈북민을 500명 이하로 추산했습니다.

[녹취: 홍 변호사] “(난민 지위를 받은 218명 외에) 나머지 200여 명은 한국에서 온 탈북민들입니다. 그러니까 다 합해서 4백몇십 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LA에 120~130명 정도예요. 그중에 우리 단체(재미탈북자지원회)에서 연결하는 분들이 80~90명은 됩니다.”

홍 변호사는 한국에서 온 탈북민들의 경우 망명을 신청한 뒤 노동허가서를 받아 임시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망명 허가를 받은 탈북민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한국으로 돌아갔거나 계속 체류 연장을 신청하며 영주권 취득을 시도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3국에서 입국한 탈북민 가족은 입국 과정과 신원이 확실해, 망명 허가를 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또 다른 법률단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탈북민 일가족 3명이 지난해 제3국에서 미국에 입국해 망명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에 관해 전해드렸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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