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예방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접견에 악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예방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접견에 악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습니다. 왕 부장은 다자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가 일방주의와 강권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한국 측 동료들과 전략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왕 부장은 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중 양국이 이웃으로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국제 규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또 양국이 전략적인 견인 아래 발전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두 나라 간 교역액이 이미 3천억 달러를 넘었고 인적교류도 천 만 명을 돌파했다며, 더 넓은 발전 공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다음 단계에 해야 할 것은 이번 달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방중을 잘 준비해 양국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또 한-중-일 3자 협력도 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이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길 당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한-중 간 긴밀한 대화와 협력은 동북아시아 안보를 안정시키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왕 부장은 이에 앞서 진행된 한국 측 인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미국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왕 부장은 냉전 사고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패권주의 행위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면서, 중국의 부흥은 역사의 필연이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온갖 방법을 써서 중국을 먹칠하고 발전 전망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왕이 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에서 매일 패권주의를 관찰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왕 부장은 특히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는 결국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장기화되는 미국과의 갈등 속에 대응 방식의 하나로 주변국 외교에 다시 관심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동안 미-중 협상에 집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 중국이 계속해서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이동률 교수입니다. 

[녹취: 이동률 교수] “우군을 확보하려는 생각, 주변국가들을 가능하면 가까이 해서 우군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도 방문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메시지가 거기(대미 비난)에 집중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이 교수는 곧 다가오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동맹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김흥규 교수는 왕 부장이 강조한 ‘다자협력’이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최근 미 국무부가 공개한 ‘개방되고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내용이 바로 중국의 모든 국제적 영향력을 억제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교수] “중국의 ‘일대일로’가 투자하는 거의 모든 지점을 다 미국이 카운터 밸런싱 하겠다는 생각들을 거기 다 비춰 놓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아예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과 그에 대한 카운터 밸런싱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대미 비난이 미국이 아닌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미국을 비난하면서 한국을 향해서는 너무 미국 편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혹은 최소한 중립을 지키라는 경고라는 겁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을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한-중 관계의 미래를 이야기하잖아요. 미국에 끌려 다니지 않을 때 마치 중국으로부터 더 큰 혜택이 올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보고요. 그것은 중국의 대한국 외교의 전형적인 방법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새로운 게 아니에요. 가능하면 한국을 동맹에서 떼어내려고,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떼어내려는 거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 역시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 한국의 정책적 방향성에 대한 압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이같은 중국의 행보는 사드 배치 이후 미-중 경쟁구도가 더 치열해지고 사드 보다 더 큰 이슈들이 터져나오면서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즉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한국의 참여 여부, 한-미-일 지역안보 체제가 동맹화 같은 모습을 취하느냐 않느냐의 문제,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미국이 INF 조약 탈퇴 이후에 중거리 핵미사일의 한국 배치 여부 등 사드보다 훨씬 더 큰 군사-안보적 우려의 요인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중국이 이번엔 선물도 들고 오면서 더 강한 요구와 경고도 들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선물’이란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진일보한 한-중 관계 조치와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논의 등으로 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은 강경화 외교장관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2016년 한-중 간 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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