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북한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 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3년 12월 개성공단 내 남측 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자료사진)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구상이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평화경제’ 구상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나왔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박경애 교수는 “평화 구축과 갈등 예방, 화해를 미래 남북 경제의 목표로 삼는 건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평화경제’는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매력적인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경애 교수] “So in this context, having peace building, conflict prevention and reconciliation...”

박 교수는 평화와 경제는 국가안보뿐 아니라 체제안보와도 관련된 사안이라며, 평화경제의 선순환에서 거두는 성공은 궁극적으론 김정은 위원장의 정통성을 공고히 할 수 있고, 이런 관점에서 북한은 한국의 평화경제 건설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평화경제의 선순환을 북한에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때만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며, 한국 정부가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경애 교수] “However, South Korean government might need to negotiate harder...”

쉽지는 않겠지만 ‘최대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대북 제재를 일단 완화한 뒤 이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 등을 활용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이 금강산 남측 시설의 철거를 통보한 데 대해서도 ‘실망감의 표출’일 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지식과 전문성,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북한이 한국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기 한국 통일부 정책보좌관도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분쟁 가능성이 줄어들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 등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남북한 인구가 8천만 명인 만큼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직업 창출 등 장점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평화경제’ 실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제재 이행을 다소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습니다.

영국의 북한 전문가인 헤이젤 스미스 크랜필드대학 교수는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너무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미스 교수] “There are no reasons why some of the development projects...”

일부 개발 프로젝트들이 인도주의적 목적이라는 이름 아래 시행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스미스 교수는 또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인구조사를 위해 유엔인구기금(UNFPA)에 약정한 2천900만 달러가 ‘컴퓨터 반입 문제’로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미스 교수의 발언은 상황 진전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제재에 대해 좀더 대범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 보다는 ‘비핵화 진전이 우선’이라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9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기조로 한 ‘평화경제론’이 북한 비핵화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VOA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남북관계는 북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As President Moon stated, “the improvement of relation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cannot advance separately from resolving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경제협력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러셀 전 차관보] “Cooperation sounds wonderful...”

일부에서는 북한이 재원을 무기 프로그램에 쓸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경협 사업은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is idea of engagement with the North, in a lot of ways makes sense...”

북한과의 협력은 충분히 타당하지만, 합리적인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현 경제체제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선 사실상 어떤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지금까지 수 십억 달러가 북한에 유입됐지만 북한 산업에는 어떤 발전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