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미-북 실무협상의 핵심은 정확한 북한 핵물질 비축량을 파악하고 의심 시설에 대한 접근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이 문제를 건너뛰고 정상 간 대화에 집착하는 북한에 핵 신고를 압박해 미국이 확보한 정보와 비교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다자 협상’이 유리하며, 악화된 한-일 관계 복원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를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안’을 언급한 뒤 결국 ‘단계적 비핵화’ 수순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어떤 ‘단계’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뿐입니다. 그보다는 잘해야 합니다.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통령은 정상회담 준비가 돼 있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얘기가 있고 여기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정상회담에 앞서 우선 액션플랜을 세워야 합니다. 아울러 외교적 틀을 넓히는 게 필요합니다. 이걸 6자회담이라고 부를지 말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비핵화는 미국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중국을 이 문제에 직접 관여하도록 만드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또 북한이 한국에 무례한 말을 쏟아내는데, 동맹인 미국은 그런 말을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자) 과거 북한과의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주도했던 장본인으로서 새 단계적 조치는 어떻게 달라야 합니까? 

힐 전 차관보) 과거 우리는 영변 핵시설 폐쇄에 집중했습니다. 시설을 불능화시키고 국제 사찰단을 파견하고 냉각탑을 폭파시켰죠.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물질은 영변 시설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북한은 제2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갖게 됐고 고농축 우라늄을 무기화할 역량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그저 대화가 아니라 비핵화 진전이라는 점을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물질을 만들 수 있는 단 하루의 여유도 줘선 안 됩니다. 

기자) 그럼 실무협상에선 우라늄과 플루토늄 비축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합니까? 

힐 전 차관보) 북한이 우라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으로부터 정확한 수치를 받아내야 합니다. 2007년 북한은 영변 원자로에서 이뤄진 플루토늄 생산 기록을 우리에게 넘겼고, 이를 통해 꽤 명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있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이 수치가 정확히 얼마나 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핵물질이야 말로 핵심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문제를 대충 넘어가고, 평화조약 등 전반적인 미-북 관계를 논의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이 핵물질에 대한 가장 최신 정보를 내놓으면 미국은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습니까? 

힐 전 차관보) 신고라는 것은 단순히 핵물질 뿐 아니라 진정성을 신고하는 절차입니다. 미국은 이미 다른 수단을 통해 북한의 핵 관련 정보를 꽤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신고한 핵물질 비축량이 우리의 평가와 완전히 다르다면 그 이유를 알아야 겠죠. 우리는 북한의 신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증을 해야 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절차입니다. 2008년 북한은 그들이 신고한 장소에 대해서만 사찰을 허용했을 뿐 우리가 의혹을 제기한 장소에 대해서는 접근을 막았습니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실무협상에서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데 북한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추가 회담을 갖는 데만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기자) 미-한 관계의 현주소에 대한 질문입니다. 미국이 한국 대신 일본, 호주, 인도와의 관계를 훨씬 자주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추세로 평가하십니까? 

힐 전 차관보) 인도, 호주, 미국, 일본이라는 4자 체제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게 전 세계에서 한국과의 동맹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일 간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합니다. 한-일 간 우호관계는 미-일 관계와 미-한 관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간 문제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여기에 대한 전략적 개념을 갖고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바랍니다. 물론 미군 당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관여하는 것은 상당히 유익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 수많은 심각한 문제가 동북아시아라는 밀집된 지역에 몰려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일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일 문제는 이렇게 악화될 필요도 없고 장기화돼서도 안 됩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린 게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힐 전 차관보)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서로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두 나라는 필연적으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하므로 이 문제가 더 깊어지게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이라는 안보 도전에 맞서기 위해 두 나라는 훨씬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미국은 인도양에서 해군력을 제공하는 일본과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하지만, 2만8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북한 등 많은 안보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한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미 외교 당국자들은 한-일 문제를 해결하는데 훨씬 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 문제가 문서함의 바닥이 아니라 맨 위에 올라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부터 비핵화 협상의 우선 절차와 미-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

독자 제보: VOA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사화를 원하는 내용을 연락처와 함께 Koreanewsdesk@voanews.com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뉴스 제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제공하신 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되며, 제보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