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북한 평양에서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다.
지난 7일 북한 평양에서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북한 경제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태풍에 더해 돼지열병까지 휩쓸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경제는 9월을 전후해 커다란 두가지 악재를 겪었습니다. 

우선 지난 7일 초강력 13호 태풍 ‘링링’이 북한 전역을 강타했습니다. 태풍 반경이 300km에 달하는 이 태풍은 시속 50km의 빠른 속도로 황해남북도와 평양 그리고 자강도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태풍은 초당 15m 속도로 불다가 부분적으로 초당 20m의 속도로 이 지역을 휩쓸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태풍으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많은 건물과 농경지가 침수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460여 세대의 살림집과 15동의 공공건물이 완전 또는 부분 파괴됐습니다. 그밖에도 4만6200정보(약458 평방km)의 농경지가 침수됐으며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도로와 하천이 파괴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일 비상확대회의를 연데 이어 군병력과 주민들을 동원해 복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북한 TV의 화면을 보면 복구는 맨손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장비는 거의 보이지 않고 동원된 주민들은 맨손이거나 삽자루 하나만 들고 일하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에 살다가 2012년에 한국으로 탈북한 설송아 씨는 북한에는 중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설송아]”중장비는 아직 생각을 못하고 또 황해도가 공업도시도 아니고, 태풍피해에는 중장비는 아니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동원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태풍은 북한경제에 큰 피해를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은 북한 경제의 2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태풍은 북한 곡물 생산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서해안 지역 즉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에 큰 피해를 냈습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식량 사정이 한층 빡빡해질 전망입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 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결론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금년 작황은 평년보다 못할 것이다. 가을에 생산되는 곡물이 한 해 곡물량의 90%를 차지하거든요.”

업친데 덥친격으로 북한 농촌에는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확산됐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접경 지역인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5월 25일 돼지 전염병이 발생해 돼지 77마리가 폐사하고 22마리는 도살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내부적으로 이런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가 6월10일 비로서 노동신문과 방송을 통해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전염병이 발생하면 무리 폐사가 이어지기때문에 종업원들은 수의 방역 질서를 지키고…”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돼지열병은 지난 4개월간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습니다. 그 결과 평안북도의 경우 돼지가 전멸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24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에서 돼지 열병이 크게 확산됐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이혜훈 국회정보위원장입니다.

[녹취: 이혜훈] “평안북도 북부에 돼지가 전멸했다, 고기 있는 집이 없다, 그런 불평이 나올 정도로 북한 전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가 상당히 확산됐던 징후들을 보고했어요.”

한국과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북한 정권의 경직된 태도도 사태를 악화 시켰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개성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돼지열병 방역을 공동으로 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돼지열병은 전국적으로 확산됐습니다. 또 북한은 한국의 식량 5만t제공도 거부했습니다.

수출을 비롯한 북한경제의 대외 여건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일본의 경제전문 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북-중 국경도시인 단둥의 현지 르포를 통해 경제난을 겪는 북한의 현주소를 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단둥에서 수출입사업을 하는 40대 중국인 남성은 최근 평양에 있는 기업 간부로부터 “주문을 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북한에 있는 이 기업은 6개의 공장에 수천명의 종업원이 있으나 사업이 안돼 노동력을 놀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또 제재 대상이 아닌 경공업 제품의 대중 수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발과 붙이는 속눈썹 등은 중국에서 인공모 등 원자재를 보내 북한 노동자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가발은 한사람이 하루 1-2개밖에 만들지 못합니다. 납품 가격은 1개당 14 위안(2달러)으로 몇푼 안되지만 북한으로서는 귀중한 외화 수입원입니다.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훙공사,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가발 등의 수출은 전년에 비해 159%나 증가했습니다.

이렇듯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2년 이상 계속되면서 북한경제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수뇌부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중국과의 무역이 크게 감소해 돈줄이 끊긴 겁니다. 

북한 무역의 90%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뤄지는데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북한의 대중 수출은 붕괴됐다고 할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은 2억2천만 달러로, 전년도(16억5천만 달러)에 비해 90% 가깝게 줄었습니다. 

이는 북한의 돈줄이 거의 끊어진데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20억 달러의 적자를 본 것을 의미한다고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Most of China’s import or export plummeted almost 90%..."

분야별로 보면 탄광 사정이 나쁩니다. 광물은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으로 북한은 그동안 석탄과 철광석 수출을 통해 10억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2월 중국은 안보리 제재에 따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석탄 수출로 먹고 살던 노동당 간부와 군부, 돈주, 광부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탄 수출길이 막히자 북한은 밀수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은 석탄을 해상 환적 또는 원산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밀수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밀수출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4월 북한의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남포항에서 약 300만 달러 상당의 석탄 2만6천t을 싣고 밀수출하려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된 데 이어 미국에 의해 압류됐다가 최근 매각됐습니다.

경제 사정이 이렇게 어렵고 주민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평양의 특권층은 외국에서 사치품을 계속 들여오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유엔 안보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롤스 로이스, 렉서스 등 고급 자동차와 수백만 달러 상당의 호화 요트(유람선)를 수입했습니다. 또 지난 2월에는 러시아산 보드카 9만병을 들여오려다 세관에 적발됐습니다. 또 외국에서 고급 포도주와 일본 술도 집중적으로 수입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외환 보유고입니다. 만일 북한이 충분한 외화가 있다면 그럭저럭 2-3년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화가 바닥을 드러낼 경우 외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대북 제재는 미-북 관계에서도 핵심 쟁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재를 풀고 싶으면 미사일을 쏘는 대신 미-북 실무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검증을 비롯한 포괄적인 비핵화 방안을 내놓고 대북 제재를 하나씩 푸는 것이 정도라는 겁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