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6월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6월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당장 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이뤄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에도 미-북 간 이견만 재확인했다는 분석과 함께, 실무 협상 재개 가능성은 다음주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이후 전망해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당초 계획보다 하루 더 한국에 머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오전, 모든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앞서 비건 대표와 회동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미-북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발언과 맞물려 비건 대표의 출국이 미뤄지면서 판문점에서 미-북 간 접촉 관측이 제기됐지만, 현재 관련 소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건 대표는 출국 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또 미국의 입장과 관련된 거듭된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비건 대표는 한국에 도착해 미국은 북한의 연락만 오면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3박4일 간의 일정 동안 표면상 보여진 북한과의 성과는 없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건 대표가 북한과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간 것은 미-북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하노이 회담 이후 멈춰선 미-북 대화가 양측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속도를 내지 못하며 현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위원] “하노이에서 드러난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물밑접촉에서요. 즉, 다시 말해서 영변만 내놓겠다는 북한,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는 미국, 그리고 미국의 상응 조치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과 제재 해제는 현 단계에서 안된다는 미국의 입장에서 접점이 찾아지지 않고 있거든요.”

비핵화 대화 시한을 올 연말까지로 못 박은 북한과, 내년 대선을 치르는 미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쯤 실무 협상이 열리는 것이 적절하지만, 이견을 줄이지 못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북한이 실무 협상과 연계하며 비난해 온 미-한 훈련이 모두 끝난 시점에 비건 대표의 방한이 이뤄졌지만, 이 마저도 교착 상태를 풀어내지 못해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위원은 그러면서 지금은 미-북 대화 재개 시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좁혀지지 않는 양 측 입장을 조율해 나가는 본질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의견차만 좁혀지면 대화는 바로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위원] “양측이 합의안만 도출한다면 바로 당장 다음주라도 실무 협상, 그 다음 3차 북-미 정상회담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건 대표가 귀국길에 오르는 당일 아침, 북한이 발표한 담화는 당분간 미-북 실무 협상 재개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비난하며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거듭 요구한 것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종료까지 고려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추: 신범철 센터장] “지금 지소미아 파기까지 고려해서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전략환경이 조성됐다는 인식 하에서, 아주 강도 높은 비난을 하면서 치고 나왔다고 봐요.”

그러면서 북한은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약화됐다고 보고 핵 보유를 고착화하는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번 담화가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 등이 아닌, 외무상 명의 형식으로 나온데 주목했습니다. 

올해 발표된 첫 리 외무상의 담화로, 이는 북한의 현재 생각이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준다는 겁니다. 

따라서 8월 말, 적어도 9월 초에는 열릴 것으로 전망했던 미-북 실무진 간 만남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워졌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북한은 23일 리용호 외무상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폼페오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오도하고 또다시 제재 타령을 하고 있다며, 그를 미-북 협상 앞길의 훼방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2차 대의원회의가 열리는 29일 이후에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전망해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그 자리에서 미-북 대화 책임자급의 인사 개편과 일정 부분 새로운 정책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실무 협상은 생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그 이후에 아마 북한의 협상 진용들이 다시 편성될 것 같고요. 아마 그 뒤에나 가능하다, 실무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이고요. 다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1차 대위원회의 때도 당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제1부상으로 승진했다는 겁니다. 

조 위원은 이어 보통 대의원회의는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또 열린다고 예고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실무 협상 재개가 다소 지연될 수는 있지만,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미-북 모두, 여전히 대화 의지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적어도 9월에는 열릴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북-미 간 물밑접촉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또 김정은 위원장도 어쨌든 한-미 군사훈련 와중에 제한적인 무력시위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그렇게 보면 김 위원장도 대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는 것은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김 교수는 이어 9월 중순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에 리용호 외무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미-북 고위급 회담이 실무 협상에 앞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건에 따라 미-북 관계자들이 회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우선적으로 만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김 교수는 현 상황에서 미-북 간 대화 형식이나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