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은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북한은 상응 조치와 관련해 미국에 입장 변화를 요구할 때마다 이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6일 미사일 발사 직후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담화에서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합동군사연습을 기어코 강행하는 저의가 어디에 있느냐”며, “조성된 정세는 북미, 북남 합의 이행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고, 앞으로의 대화 전망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천명한 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주용철 북한 제네바대표부 참사관도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상기시키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주용철 참사관은 회의에서 미-한 연합훈련을 강하게 문제 삼으면서, “이미 시사했던 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은 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입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한 겁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미-북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와중에 북한이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거부하는 등 양측의 비핵화 협상이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 있는 시점에 나왔습니다.

미국에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 의도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언급할 정도로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미-북 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와중에도 양측의 협상이 열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고위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간간히 내놓으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해왔습니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에도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을 통해 ‘새로운 길’을 거론했습니다.

최 부상은 회담에서 제기된 미국 측의 요구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과 회담을 계속해서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름 만인 지난 3월, 최선희 당시 부상은 평양에서 외신 기자단과 외교관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했던 내용과 거의 비슷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 고위 참모들의 발언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주장으로, 김 위원장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과 유사한 발언은 특히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이어졌습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 4월 말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 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 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그것(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그 때 가서 우리는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최 제1부상은 또 볼튼 보좌관을 향해 "두 수뇌분 사이에 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가 올해 말까지 시한부를 준 의미를 깊이 새기고 향후 경로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같은 달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연말'을 거듭 시한으로 제시한 점을 상기시킨 겁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