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발사 장면 사진.
북한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엿새 만에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좁혀지지 않는 미국과의 입장차에서 오는 불만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무 협상을 열어 조속히 합의안을 도출하자는 역설적 압박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일주일도 채 안 돼 북한이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린 데 대해 놀랍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31일 VOA에, 적어도 미-한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미-한 훈련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사실상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결국 미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 그러니까 장거리 미사일까지 쏠 수 있다는 압박을 통해서 12월 이전에 미국에 보다 양보된 안을 받아내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고 봐요. “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불참, 한국 쌀 지원 거부 의사 등도 결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협상전술이라는 겁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를 최근 미-한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보인 행태의 연장선으로 봤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군사훈련 앞두고 어쨌든 북한의 불만, 이것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표시하는 측면도 있고, 또 북한 주민을 향한 내부 결속용 성격도 있는 것 같고요.”

김 교수는 조만간 실무 협상이 개최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오히려 미-북 간 대화를 통해 조속한 합의를 이뤄내자는 역설적 압박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강도 도발이 아닌 제한적인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한 미국과의 협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도발을 침소봉대하기 보다는 차분히 대응하며, 미-북 실무 협상 재개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의 3차 정상회담을 열려면 실무 협상을 통해 ‘협상안’을 도출해 내야 하는데, 최근 미국 재무부가 추가 대북 제재까지 발표하는 등 간극이 더 커지자 그에 따른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또다시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뭔가 실무 협상 레벨 대화를 해서 합의점을 이루고 ‘draft agreement’를 만들어서 정상회담까지 가야되는데 지금처럼 북-미 간에 이견차가 확연하게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앉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미국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미국 시간 29일, 미 재무부는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북한 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 김수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번 제재 단행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기 보다 미국 내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음에도, 이를 등안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워싱턴 조야 내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일환일 수 있다는 겁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엿새 만에 북한이 또 도발에 나선 것은 남측에 ‘평양발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지난 도발 후에도 미-한 훈련을 이어가겠다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외교적 성과 가운데 하나로 과시하고 있는 만큼, 이번 미사일 발사가 향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미-북 실무 협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미 의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굉장히 비판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고, 특히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굉장히 비판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무회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아요.”

다만, 국제사회의 소극적 대응에 우려했습니다. 

비행거리와 무관하게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이 안보리 회의 소집에 조차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북한에 경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그렇게 놔두면 다음에 또 쏘고 계속해서 쏠텐데,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떤 장점이 있느냐하면 북한에 대한 경고성 의미가 있어요. 설령 이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으로 나오지 않고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북한에 대한 경고가 있고, 도발을 자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거든요.”

한편 전문가들은 미-북 실무 협상이 재개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양측이 어떤 협상안을 도출해 내느냐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이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의 대선 국면을 이용하며 대미, 대남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의 도발, 그러니까 ICBM, SLBM 도발 정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될텐데 그런 도발이 갖는 파괴력은 갈수록 더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죠. 그래서 계속해서 미국을 압박하면서 보다 양보된 안을 가져오라고 할 거에요.”

신 센터장은 따라서 올 연말까지 미-북이 북한이 주장하는 ‘양보된 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1차적 타결’을 이룰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