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났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물밑접촉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한국 정부에 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의 미사일 도발이 미-한 훈련에 대한 내부 결속용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연일 대남 비난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당장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연구위원] “미국과는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서 비난을 자제하고 한국과는 당장 협의할 내용이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봅니다.”

조 연구위원은 29일 VOA에, 북한은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 준비 연습을 목적으로 다음 달 예정된 ‘미-한 훈련’과 이미 약속한 첨단공격형 전투기 도입 계획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북한이 미국과의 물밑대화에서 오는 불만을 자신들의 요구에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을 수 없는 한국에 풀고 있다는 것이 조 위원의 설명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한국을 이제는 걸림돌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과는 대화를 하려는 거죠. 그런데 북한이 지금 행동하는 걸 보면 미국과의 대화가 핵을 포기하려는 대화가 아니라,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대화인 것 같아요.”

단계적 비핵화를 통해 어느 정도 제재를 완화 받고 협상의 끝 단계에서 핵을 남겨두려고 ‘버티기식’전략을 피고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자신의 대북 전략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계속해 대화를 이어가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자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신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북한의 이번 대남 비난은 내부 결속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성과 가운데 하나로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내세웠는데, 다음달 훈련이 열리게 된 만큼 주민들을 향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남측 때리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북한 내부를 향해서 어쨌든 남측과 미국에 미-한 군사훈련을 한다는데 이해시키려고 미국 부분은 놓고 남북관계에만 포인트를 맞추면서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싸늘함의 본질은 미국과의 입장차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직접 공격하면 협상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우회적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원] “지금 물밑접촉에서 오가는 미국 측 제의가 북한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미국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고, 북한은 미국의 진전된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거든요”

조 연구원은 또한 대북 제재에 대한 불변의 입장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이 사거리에 들어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 데 대해, 북한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사거리 천 킬로미터 내외 미사일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 위반 대상이 아니더라도, 정세를 긴장된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는 용인하는 셈이라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원] “이슬비에도 옷이 젖는다고, 정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거든요. 지난 번 사거리 보다 길고,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레드라인은 안 넘지만 어느 정도 수위를 더 높일 수가 있거든요. 그럼 자칫 위험한 선까지 갈 수 있죠”

다만 선거 국면에 가까울수록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는 데 대한 반발 여론이 형성돼 트럼프 행정부도 지켜볼 수 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실무 협상 재개 시점을 가늠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성렬 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고 있지만 변화된 미국의 입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시간의 문제가 아닌 조건의 문제라며, 연말까지 미-북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센터장은 지금의 미-북 관계가 유지되다 결국 연말에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북한 모두 선택을 할 시점이 온다는 겁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은 ICBM이나 SL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고 혹은 발사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있고, 그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죠. 그것을 막기 위해 유연한 대안을 제시하냐,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협상이 되는 것이고요.”

하지만 결국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조한범 연구원은 회의적 입장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원] "북한의 핵 보유가 인정되면 당연히 한국 내에서도 핵 보유론이 당연히 나올 거에요. 일본에서도 그렇고요. 왜냐면 지금 한-일 간 불신이 싹트고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의 핵 보유가 정당화 되면 일본 내에서도 친미적인 아베 식의 안보전략이 먹히지 않거든요.”

게다가 타이완 역시 핵 보유에 욕심을 낼 수 있는 만큼,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질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연구원은 또 한국과 일본이 핵 보유를 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 내 주둔하는 미군의 역할도 축소되는 만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