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한국 전라북도 군산 항에서 작업자들이 대북 지원 물자를 베트남 선박에 실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7년 한국 전라북도 군산 항에서 작업자들이 대북 지원 물자를 베트남 선박에 실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기구 WFP와 대북 쌀 지원에 대한 업무협약을 공식 체결하고, 이달 말 첫 출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 북한의 식량 작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자체적 농업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한국 통일부가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해, 이달 말 대북 지원 쌀 5만t에 대한 운송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WFP와 협의해 실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9월 전에는 모든 쌀이 북한에 전달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WFP도 18일, 한국의 대북 쌀 지원과 관련한 진행 과정 상황을 묻는 VOA의 요청에, 세부적 사안은 공개할 수 없지만 한국 정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협약은 지난 9일 통일부가 WFP와의 실무협약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이뤄졌습니다. 

WFP는 현재 서면협의 방식으로 북한과 수송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한국의 항구를 출발해 북한으로 바로 가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습니다. 

다만, 해당 선박에 대한 제재를 면제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7년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북한에 식량과 비료를 지원했던 지난 2007년에도 남북 간 직접 선박 운행이 이뤄졌었습니다. 

이번 한국의 쌀 지원은 정부가 WFP에 쌀을 인도하면, WFP가 북한으로의 운송 등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분배의 투명성, 모니터링 문제와 관련해서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에서의 오랜 활동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WFP등 유엔 기구는 취약계층을 선별하는 방법과 모니터링이 까다롭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도 어느 정도 이들 기구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향후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지원에 나설 때는 모니터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지원할 식량 품목에 대한 결정이 중요하다며, 쌀 보다는 밀가루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러시아가 북한에 이번에 밀가루를 지원했잖아요. 밀가루는 사실은 보관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대개 6개월 이내에 소비를 해야 하는 것이고 쌀은 그것보다 길죠. 밀가루는 빨리, 보내는 즉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군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지는 거죠.”

권 원장은 또 쌀을 필요로 하는 계층은 비교적 소득과 지위가 높은 만큼, 북한 지도층에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추가적인 대북 쌀 지원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식량 사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향후 한 달 간의 강수량이 북한의 식량난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지금부터 8월 중순까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 8월 중순까지도 비가 안온다 그러면 작황이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장마전선이 북상하면 어느 정도 식량 사정이 회복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가뭄이 이어지면 북한의 식량난은 악화할 것이라는 게 권 원장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 김영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식량은 지난 20년 넘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강수량이 늘어 가을 작황이 좋아져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선임연구원]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황이기 때문에 작황이 좀 좋아지더라도 식량이 부족한 상황은 여전할 겁니다.”

앞서 ‘지구관측 글로벌 농업 모니터링 그룹’은 올해 북한의 농업용수 공급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벼와 옥수수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수량과 농자재 부족 등으로 밀과 보리 수확도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북한의 식량난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만 충당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인식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지만, 북한도 생산성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영훈 연구원입니다. 

[녹취: 김영훈 선임연구원] “아직도 집단농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 상태에서는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농업 부문에서 개혁해서 생산 동기 유발을 이뤄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김 연구원은 또 에너지와 비료, 농기구, 우수한 종자 등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면서 북한 당국의 농업 개혁과 개방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종합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원장은 북한 내부적 농업기반시설 확충 등 제도적 개혁은 중단기적 계획인 만큼, 당장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문제를 연계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단기적으로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이라는 겁니다. 

[녹취: 권 원장] “국제사회의 협력이라고 하면 아무리 식량 문제, 먹는 문제가 인도적인 문제라고 해도 정치적인 문제와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당장 북한이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만 해준다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대한 상황이 훨씬 더 좋아질 것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