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6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실무 협상이 조만간 열릴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북 핵 협상 대표들이 이번 주 유럽에서 만나기로 해 주목됩니다. 미-한 양측의 만남과는 별도로 미-북, 혹은 남-북-미 접촉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벨기에와 독일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국무부는 지난 6일 보도자료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이른바 FFVD 달성에 대한 공동의 노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유럽 당국자들과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다고 밝혔습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8일부터 9일 브뤼셀에 이어 10일부터 11일까지 독일을 방문합니다.

한국 외교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도훈 본부장이 9일부터 12일까지 독일을 방문해, 이나 레펠 외교부 아태총국장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협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측 초정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이 본부장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EU 주요국인 독일 측과 남-북-미, 미-북 판문점 회동 이후 한반도 정세에 관해 심도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미-북 실무 협상을 앞두고 미-한 양국의 준비가 본격화 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8일 VOA에, 비건 특별대표와 이도훈 본부장의 이번 회동은 미국의 대북 옵션을 한국 정부와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신범철 센터장] “지금 미국에서 나오는 ‘동결’에 대한 입장이라든가, 또는 북한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에 대한 한-미 간 의견, 이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저는 적절한 시기에 만난다고 생각해요.”

신 센터장은 양측의 이번 만남이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에 앞서 이뤄지는 만큼, 미-한 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조성렬 위원은 이번 만남은 일종의 ‘미-한 워킹그룹’이 재가동된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실무 협상 의제 조율과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전히 이견이 있는 ‘비핵화 정의’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한국이 내놓을 수 있는 반대급부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아직 확정 안됐기 때문에 비핵화 정의 문제가 가장 급한 게 아닐까 싶고요. 그리고 상응 조치죠. 미국에서는 연락사무소와 인도적 지원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한국도 상응 조치가 필요하니까 그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 위원은 다만, 비건 대표의 방문국인 독일과 벨기에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만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유엔 차원의 협조를 얻으려 할 수 있다면서, 비건의 이번 행보가 반드시 미-한 협의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연구소의 우정엽 연구위원은 ‘판문점 회동’ 이후 급작스럽게 비핵화 실무 협상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한국 정부도 미-북 간 어떤 대화가 오가는 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정엽 연구위원] “우리 정부 쪽에서는 미국이 어떤 안을 가지고 북한과 실무 협상을 할 생각인 지 알아보려는 게 우선 목적이 아닐까 싶고요. 현재의 북한과 미국 간의 의견 교환이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파악하는 게 이 본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의 실무 협상 전에 한국 측과 사전 의제를 조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무엇보다 비핵화 해법에 대한 미-한 간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일단은 미국이 이야기 한 ‘빅 딜’과 북한의 ‘스몰 딜’에 대한 어떤 접점에 대한 이야기, 또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굿 이너프 딜’,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조정, 조율 이런 부분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 제재 완화 위주의 논의를 하게 되면, 향후 북한의 비핵화 전망을 어둡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동결하면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계 개선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미국 내 기류를 상기시키며, 제재 완화 논의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그 동결을 하는 데 있어서 제재 완화를 시작한다면 그 때는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핵을 관리하는 협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되죠. 왜냐면 북한의 제재 완화가 시작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는 건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번 미-한 간 회동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무엇보다 미-북 대면 접촉 여부입니다.

조성렬 위원은 과거 미-북이 제3국에서 만날 때는 국제회의 초청 등의 계기를 활용한 측면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서 유럽에서 만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용현 교수는 어차피 이번 미-한 간 만남이 실무 협상을 앞둔 사전 조율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인 만큼, 그 과정에서 북한 측 실무대표도 함께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 협상 재개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신범철 센터장] “시간 상으로 볼 때, 6월 30일에 만나서 2, 3주 안에 한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되면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가 그 시기 범위 내에 속해요.”

사실상 실무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겁니다. 

그러면서 회담 장소로는 베를린이나 스웨덴을 꼽았습니다. 

스웨덴은 지난 1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시 비건 대표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실무 협상을 진행한 곳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