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 백화원 영빈관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 백화원 영빈관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미-북 정상이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은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지 정확히 넉 달 만이었습니다. 이 기간 상호 비난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긴장 상태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또 한 차례 극적인 정상 간 만남으로 교착 상태가 해소됐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영변 핵 시설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대가로 큰 틀의 제재 해제’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렬로 끝났습니다.

특히, 미국이 폐기 대상을 핵무기와 핵 물질, 주요 부품 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로까지 확장하면서 양측이 좀처럼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임이 예고됐습니다.

북한은 협상 결렬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고,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후 해체 작업을 시작했던 동창리 서해발사장의 일부 구조물을 복원하는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반면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선 비핵화, 후 보상’ 입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강경한 협상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간 미-북 관계 악화를 막고 북한을 달래기 위해 대북 추가 제재를 취소하는 제스처도 내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했던 ‘빅 딜’식 일괄타결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At this moment, we’re talking about the big deal. The big deal is we have to get rid of the nuclear weapons.”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4월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올해 말을 대화 시한으로 제시하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지금 미국이 제3차 조-미 수뇌회담 개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 조-미 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습니다.”

이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감행했습니다.

5월 4일과 9일 각각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중 9일 발사한 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이었다는 평가가 미 행정부 내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5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압류 사실을 공개하고 몰수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북한은 미 법무부의 압류 조치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불법 무도한 강탈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항의서한을 보내 안보리 차원의 ‘긴급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조치를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여론전을 펼쳤습니다.

미국은 이런 와중에도 북한 측에 실무 협상을 제안했지만, 북한 측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지속하는 데 대한 바람을 분명히 내비쳤습니다.

“6.12 공동성명을 귀중히 여기고, 앞으로도 그 이행에 충실하려는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둔 6월11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습니다. 지난해 5월 이후 7번째 친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뭔가 매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국무부는 북한과 즉각 실무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공개리에 거듭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We have a very good relationship together. Now I can confirm it because of the letter I got yesterday. And I think, you know, I think that something will happen that's going to be very positive.”

이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공개연설에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미-북 실무협상 재개의 중요성과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상이 재개된다면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모든 내용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적, 병렬적’인 협상 진행 방침을 거듭 밝힌 겁니다.

[녹취: 비건 대표] “Both sides understand the need for a flexible approach. This is the only way to move forward in diplomacy. We understand the defined mutually beneficial solutions. We have to go beyond the formulas that for the past 25 years have failed to resolve this problem.”

극적인 돌파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지난달 29일 올린 짤막한 트위터 글에서 비롯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을 통해 이 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예정된 한국 방문 중 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깜짝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이 제안을 수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이 성사됐고, 두 정상은 53분에 걸쳐 단독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이 회담에서 이달 중순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가 합의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했습니다.

이로써 하노이 회담 이후 넉 달 간 계속돼 온 양측의 교착 상태는 해소되고, 다시 협상 재개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So we are going to have teams, they are going to meet over the next few weeks and they are going to start a process and we will see what happens.”

미국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가 실무 협상을 이끌며,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 등 외무성 인사들이 협상을 주도하게 됩니다.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의 상대로는 미국통인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력합니다.

이르면 이달 중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실무 협상에서 미-북 양측이 핵심 쟁점들에 대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