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 호텔 북경반점에서 부부동반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베이징 호텔 북경반점에서 부부동반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방문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시 주석의 방북이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은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대북 영향력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센터장]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앞두고 협상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서 북한을 이용하고자 하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과시를 통해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목적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 센터장은 시 주석이 하노이 회담이 성과없이 끝났을 때 다시 북 핵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G20 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을 과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네 번이나 중국을 방문했고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어서 시 주석의 방북은 예정된 행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서 날짜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미국이 타이완과 홍콩 문제에까지 관여하자 북한을 협상의 레버리지로 사용하기 위해 방북을 전격 결정하고 대미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 두 나라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결전을 앞두고 우군의 확보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고요, 시 주석도 사면초가로 가는 상황에서 북한 카드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어요.”

조 연구위원은 두 정상이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북 핵 협상에 대한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거의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더 이상 방북으로 인한 미국과의 갈등을 우려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하고 방북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도 미국이 북 핵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카드로 사용해 미국에 맞서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아주대학교의 김흥규 교수는 중국의 국내정치나 국익 차원에서 상황을 대립적으로 몰아가고 불안정하게 하기 보다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중국이 북한을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할 시기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시 주석의 방북이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식량과 생필품 공급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중국이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14년 만의 중국 지도자 방북을 통해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정상회담 결과로 물밑 경제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북한 문제가 더 이상 두 나라의 협력 사안이 아니라며,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의 구멍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빈틈 없는 제재를 통해서 비핵화 국면을 만들려고 하는, 제재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레버리지로 삼고자 했는데, 그것이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봅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 재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아주대학교의 김흥규 교수는 시 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전략경쟁의 새로운 변수를 초래하기 보다는 상황의 안정에 방점을 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흥규 교수] “현재 한반도 상황을 대화의 국면, 적어도 현상유지의 국면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는 더 바람직할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북한을 다독여서 더 이상 도발을 못하게 하고 그 다음에 대화를 하게 하고...”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 전후에 항상 시 주석을 만났다며, 이번 정상회담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산정채연구원의 신범철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북이 미-북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을 강조하고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지지하고 이렇게 하면, 미국은 지금 실무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과 정반대의 메시지가 중국으로부터 발신되는 것이고...”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센터장은 중국이 전통적으로 무역과 북 핵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했다며, 하지만 지금 미국과의 관계에서 수세로 몰리자 북 핵 문제를 지렛대로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중 관계에 금이 갔다는 신호라며, 따라서 양국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북 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중국이 제재의 빈틈이나 북한의 숨통을 열어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결국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