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옥 씨(가운데) 등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 5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납북피해자 송환과 생사확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이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납북피해자 송환과 생사확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의 전후 납북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의 즉각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42년 전 전라남도 홍도에서 납북된 고등학생의 어머니는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 번 보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2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의 즉각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최성룡 대표] “정부와 북한은 납북자를 즉각 송환하라”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대표는 또 북한에 납북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요구했습니다. 

1977년 수학여행 중 전라남도 홍도에서 납북된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죽기 전에 아들 한 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옥] “나도 나이가 많아서 얼마 못 살 것 같으니까 얼른 만나게 해 주시오.”

올해 88살인 김 씨는 납북자 부모들은 자식을 잃어버리고 힘들게 살고 있는데 정부가 모른체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 속히 절차를 밟아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이날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의 박연옥 이사가 대신 읽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 번 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박연옥 이사]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 번 보게 해 달라는 게 그렇게 죄가 되나요? 그렇게 어렵나요?” 

그러면서 마지막 소원을 한 번 들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호소했습니다.

김 씨의 아들 이민교 씨는 1977년 8월11일 홍도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피랍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VOA'에, 1995년에 한국에서 체포된 남파간첩을 통해 아들이 평양에서 간첩들을 교육하는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정보기관이 아들이 북한에 확실하게 살아 있다고 확인해주며 영상편지를 보낼 수 있다고 제안했었다며, 하지만 아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봐 포기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옥] “그것이 나중에 발각되면 우리 아들이 다치잖아. 그래서 애들한테 물어보고 한다니까 애들이 못하게 하고 내 생각에도 그렇고...”

김 씨는 하루 이틀 북한으로 끌려간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 사이 아들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남편은 아들 소식도 듣지 못한 채 1989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은 현재 심장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김태옥] “TV를 보고 있으면 아들 얼굴이 보이는 것 같고. 그러다 보면 병이 나고, 마음이 어그러지고. 우황청심환을 매우 먹고 살아요, 내가”

김 씨는 지난해부터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큰 기대를 걸었지만, 정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보다 신속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1975년 동해상에서 납북된 허용호, 허정수 형제의 여동생 허금자 씨는 이날 기자회견 뒤 `VOA'에, 최근 오빠 한 사람과 연락이 끊겨 걱정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금자] “1975년 천왕호 사건 때 납북돼 가지고 한 분은 돌아가셨고 한 분은 계속 연락이 닿았는데, 근래에 아버지 편지를 가지고 있다가 발각이 됐데요.”

허 씨는 그 이후 생사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1971년 백령도 인근에서 조업 중 납북된 박동순 씨의 딸인 박연옥 이사는 그 뒤로 한 번도 아버지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날 수 없다면 소식이라도 듣게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연옥] “정말 만나기가 힘들면 살아계신지 언제 돌아가셨는지 그것만 들어도 소원이 없겠어요.” 

전후 납북자는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북한에 의해 납치된 사람들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전후 납북자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대부분은 어부였지만, 고등학생도 5명 포함됐습니다. 

통일부는 현재까지 북한에 억류돼 있는 전후 납북자를 516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