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별세한 리처드 루거 전 미국 상원의원.
28일 별세한 리처드 루거 전 미국 상원의원.

옛 소련 붕괴 후 분리된 국가들의 비핵화 지원 입법을 주도했던 리처드 루거 전 미국 상원의원이 별세했습니다. 두 차례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미-북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계 은퇴 후에도 북 핵 해법을 적극 제시했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넌-루거(Nunn-Lugar)법’을 주도한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이 87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루거센터’는 28일 루거 전 의원이 이날 오전 버지니아주 소재 병원에서 희귀 신경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루거 전 의원은 36년 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며, 1991년 소련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해체 방안을 담은 넌-루거법을 샘 넌 상원의원과 함께 입안했습니다.

‘협력적 위협 감소 프로그램(CTR)’, 일명 ‘넌-루거 프로그램’은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당시 통제가 어려워진 핵무기를 포함한 WMD를 관리,감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기술을 미국이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통해 핵 보유국의 핵 포기와 핵 과학자 재교육을 지원하는 등 ‘평화적 핵 폐기’를 유도하는 겁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4년 간 총 16억 달러의 예산을 마련해 소련 해체 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를 지원했고, 이들 국가의 핵무기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이끌어냈습니다.

루거 전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 해법 제시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1990대 초반 북 핵 위기 이후 줄곧 미-북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2002년 북 핵 개발로 인한 제네바 합의 파기 당시에도 조지 부시 행정부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2006년에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경우 미-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내용의 ‘북 핵 해법 로드맵’ 입법화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넌-루거법은 ‘카자흐스탄 모델’로도 불리며 북 핵 해법의 하나로 주목 받았습니다.

북한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 핵무기 등 WMD를 폐기하고, 북한 내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재취업과 재교육까지 지원하는 방안입니다.

특히 백악관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루거 전 의원과 샘 넌 전 의원을 초청해 주목됐습니다.

루거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백악관 방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에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옛 소련의 핵무기를 성공적으로 감축시켰던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루거 전 의원] “We need to use that experience, we told the President...”

특히 “북한의 비핵화 단계와 기술, 자금 지원법, 그리고 상응 조치가 포함된 비핵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적 비용 분담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 내에서 미국인의 세금이 왜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쓰여야 하는지, 비용 지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북 핵 해법과 관련한 의회의 소극적 역할을 비판하며 “의회 지도부 등 누군가 나서 북 핵 폐기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제안하는 등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루거 전 의원] “Activities of the Congress in this respect has been very small…”

루거 전 의원은 1968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시장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1976년 상원에 입성한 이후 내리 6선을 거치며 두 차례 상원외교위원장을 지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