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네소타주 번스빌의 트럭제조공장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10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15일 미네소타주 번스빌의 트럭제조공장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10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협상 재개에 앞서 비핵화의 개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것도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인식차와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북 협상에서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합의는 협상의 기본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해 6월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부터 줄곧 논란거리였습니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지만, 구체성이 없는 모호한 합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측은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회담에서도 비핵화의 범위를 놓고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습니다. 교착 상태에 있는 협상 재개에 앞서 비핵화의 개념부터 합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이에 대해 문서 형태로 합의한 것이 없는 상태지요?

기자) 네.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광범위한 정의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문건을 건넸습니다. 핵무기와 핵 시설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관련 시설,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양측의 간극이 메꾸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이 드러난 겁니다. 

진행자)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폐기를 요구하는 것이 미국의 공식 입장인가요?

기자) 분명치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한 정상회담에 앞선 공개발언에서 미-북 협상에서 `빅 딜’이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문서에서 요구했던 것과는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비핵화에 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북한 역시 비핵화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어떤 상태를 비핵화로 규정하는지 아직 명확히 밝힌 적이 없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라며 공개한 내용은 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는 “추가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핵을 생산하고 미사일을 발전시키는 시설들을 폐기하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물질을 전부 없애는 것”이며, 이에 대해 자신과 김 위원장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공개리에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있나요?

기자) 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결단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 개발과 경제발전’ 병진 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선언한 사실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남북한 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습니다.

진행자) 비핵화에 대한 정의뿐 아니라 비핵화에 이르기까지의 `로드맵’도 미-북 양측이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로드맵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각각의 이행 시한과 함께 배합해 작성한 일종의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갈 때 지도가 필요한 것처럼, 상호 신뢰가 거의 없는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진행하는 데도 비핵화 로드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를 통해, 어느 한 쪽이 조치를 취하면 상대방도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이로써 협상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북한이 특정한 조치를 취한 뒤 미국 측에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핵화에 도달하기까지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사안들을 놓고 협상이 진행돼 왔습니다. 결국, 비핵화의 개념과 로드맵은 미-북 양측이 협상을 재개하면 가장 먼저 조율하고 합의해야 할 의제입니다. 특히, 북한이 이들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