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북극포럼에서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달 1일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북극포럼에서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달 1일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를 완화해 보려는 북한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윌리엄 코트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담당 보좌관이 말했습니다. 코트니 전 보좌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유착을 대미 지렛대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핵 문제 만큼은 미국과 공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카자흐스탄 주재 미국 대사를 거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코트니 전 대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이 가시화됐습니다. 두 나라의 밀착 행보를 어떻게 보십니까? 

윌리엄 코트니 전 카자흐스탄 주재 미국 대사.
윌리엄 코트니 전 카자흐스탄 주재 미국 대사.

​​​​코트니 전 대사) 아마도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요청했을 겁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을 압박해 줄 것을 러시아에 부탁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이번 만남은 러시아가 강대국으로서 북 핵 문제에 협력할 지, 아니면 훼방꾼이 될 지 가늠할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겁니다. 

기자) 러시아가 이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시나요?

코트니 전 대사) 지난 수년 동안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대북 결의에 찬성해왔습니다. 전통적으로 핵확산을 반대해 온 러시아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협조적이었죠.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대미 압박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베네수엘라와 시리아, 우크라이나에 했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기자) 그럼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할 가능성이 크단 말씀이신가요?

코트니 전 대사) 러시아는 북한이 일부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제재를 완화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늘 지지해 왔습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중국 외교 차관과 함께 미-북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단계적 행동 원칙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 해법과 상반되는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계속 주장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대북 제재에 대한 자국의 입장 역시 바꿀 수 없을 것이고요. 북 핵은 극동 지역에 큰 영토를 갖고 있는 러시아에게도 당연한 위협인 만큼, 북한의 핵 무기 개발을 억제하는데 더 힘쓸 겁니다. 따라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를 완화해 보려는 김정은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게 제 생각입니다. 

기자) 러시아의 대북 외교 정책은 무엇입니까?

코트니 전 대사) 1990년대, 러시아는 북한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시 러시아의 주된 초점이 국내 문제, 서방 국가와의 협력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변하게 된 겁니다. 핵 무기를 보유하게 된 북한이 러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면서 러시아는 다른 강대국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공조하기 시작했고, 외교 정책에도 북한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한 겁니다. 

기자) 북 헥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역할이 6자회담에 참여하던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코트니 전 대사) 러시아는 6자회담 당시 대체적으로 도움을 줬습니다. 유엔안보리를 통해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압박했었죠. 하지만 국내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던 만큼, 이런 노력에 앞장서진 않았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 시리아 문제 등에 개입하며 외교 정책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죠. 강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거죠. 북한 문제도 그 일환입니다. 물론 북한 핵 프로그램이 크게 진전된 데 따른 위협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카자흐스탄 주재 미국 대사를 거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윌리엄 코트니 전 대사로부터 북-러 관계와 정상회담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