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알려진 D 선박의 17일 오후 11시 15분 위치. MarineTraffic 제공.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알려진 D 선박의 17일 오후 11시 15분 위치. MarineTraffic 제공.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제3국 선박이 말레이시아로 이동 중인 가운데 이 선박이 속도를 늦추면서 당초 예상일보다 이틀 정도 늦게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는 압류 직전 상태였던 이 석탄이 다시 거래될 수 있도록 한 인도네시아 법원 판결문을 입수했는데, 석탄을 판매해선 안 된다고 밝힌 유엔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문제의 판결은 지난해 11월19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형사 법원에서 내려졌습니다.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선장 김정선을 재판하면서 선박에 실린 북한산 석탄에 대한 처리방안을 명령했습니다. 

VOA가 확보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형사법에 따른 증거물의 ‘보관’은 일시적인 것으로, 이후 상태는 판사의 판결로 결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석탄의 향방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제시한 겁니다. 

특히 선박에 실린 석탄 2만6천500t에 대해, 인도네시아 국적자이자 이번 석탄 거래의 브로커로 알려진 에코 세티아모코에게 판매를 허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세티아모코가 판매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 만약 국가에 압류되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판매 대금을 반환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북한 선장 김정선에 대해선 검사 측으로 추정되는 원고가 패소했다며, 무죄 처분을 내립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인도네시아 법원은 김정선에 대한 무죄를 명령하면서, 일시적으로 관할 하에 뒀던 북한산 석탄에 대해서도 인도네시아 브로커가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겁니다. 

판결문에는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 목록도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러시아 연방정부가 발행했다는 석탄의 ‘원산지 증명서’와 러시아 나홋카 항을 출항지로 명시한 ‘선하증권(Bill of Lading)’, 관련 통관 서류 등이 포함됐습니다. 

법원이 문제의 석탄을 북한산이 아닌 러시아 산으로 인정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북한산 석탄 처리에 관한 인도네시아 법원 판결문 일부.
북한산 석탄 처리에 관한 인도네시아 법원 판결문 일부.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전문가패널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해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고 있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최근 발행한 연례보고서에 공개하면서 이 석탄을 북한산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포착된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근까지 약 1년간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돼 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 판결이 나온 지 약 3개월 뒤인 올해 2월14일 세티아모코 측은 ‘물품 반환서’라는 이름의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확인한 이 서류에는 세티아모코를 비롯한 7명의 서명이 담겨 있는데, 여기에는 북한 국적자로 추정되는 ‘윤철하’라는 인물도 포함돼 있습니다. 

화질이 안 좋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인도네시아 브로커에게 석탄이 공식 양도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부터 압류 직전 상태에 놓였던 북한 석탄은 다시 수출 대상이 됐고, 세티아모코 측은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세관으로부터 말레이시아 수출을 허가하는 세관 서류를 발급받습니다. 

VOA가 입수한 세관 서류에는 발릭파판 법원이 판매를 허가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점과, 당사자간에 ‘물품 반환서’가 작성됐다는 사실을 수출 허가의 사유로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법원이 판매를 허가한다는 판결을 내렸을 뿐, 다른 나라로의 수출까지 허가한 건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산 석탄의 수출이 이뤄지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세밀한 조사가 진행됐어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세관 당국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안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전문가패널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를 통해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2만6천500t의 석탄이 압류돼야 하며, 브로커들도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린) 석탄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VOA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전문가패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D사가 선주로 있는 D선박은 이미 인도네시아를 떠나 계속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인도네시아를 출항한 D선박은 17일 오후 11시15분 현재 인도네시아 남서쪽 해상을 항해 중입니다. 

이 항로는 통상 4일 정도가 걸려 당초 D 선박의 예상 도착 시점은 17일이었지만, D선박이 느린 속도로 이동하면서 실제 도착은 18~19일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북한산 석탄 거래에 대한 ‘선하증권(Bill of Lading)’에는 북한산 석탄 2만6천500t이 인도네시아 텔루크 발릭파판 항구에서 실려 말레이시아 파항 주의 쿠안탄 항으로 옮겨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는 D 선박이 입항을 예고한 항구가 쿠안탄 항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케마만 항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선박 업계 관계자는 15일 VOA에 “문제가 된 석탄을 싣고 이동을 하는 만큼 혼선을 주기 위해 목적지를 급하게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