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북극포럼에서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달 1일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북극포럼에서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달 1일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이 다음주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 언론은 북-러 정상회담이 두 나라 모두에 상징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작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관측이 최근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AP' 통신 등은 "북-러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의 최근 발언을 소개하며,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만남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5일 회담이 준비 중이라면서도 "시기와 장소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푸틴 대통령이 27일 베이징 '일대일로 포럼' 참석에 앞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 경비대가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예정이며, 북한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사전 답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미 CNN도 북한 고려항공이 23일 평양-블라디보스토크 임시 운항 일정을 잡았다며, 다음주 블라디보스토크 회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제기됐습니다. 

그해 5월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초청장을 공식 전달한 겁니다. 

그러나 미-북, 남북, 북-중 정상회담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동안 북-러 정상 간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양국 정부와 당 차원의 왕래는 최근 들어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다시 대두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했던 '제3의 길'이 러시아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인데, 특히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달 모스크바를 찾으면서 그런 관측에 힘을 보탰습니다. 

과거 6자회담 참가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미-북 비핵화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협상 과정에 참여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습니다.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중국과 함께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해체의 대가로 북한에 핵발전소를 건설해 주겠다는 비밀 제안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과의 석유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정부가 유엔 결의에 따라 올해 말까지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이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노동자를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파견하는 곳입니다. 

미 'ABC' 방송은 러시아의 이런 지원을 지속시키는 것을 김 위원장의 주요 방러 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스티븐 비건 대북 정책 특별대표의 최근 모스크바행은 유엔 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크렘린궁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목적도 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미국은 물론 중국과 한국에도 '또 다른 옵션'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나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으므로 러시아가 북한에 무엇을 내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권 붕괴 등 북한 정세 불안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는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보다 중앙아시아나 동유럽 현안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양국 모두에 상징성이 큰 행보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