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4월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옆 KT광화문 지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낭독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회장(가운데)이 8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옆 KT광화문 지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낭독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서울주재 미국대사관에 전달했습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기업들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대북 제재에서 개성공단을 제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호소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회장]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예외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청원드립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정기섭 회장은 8일 서울주재 미국대사관 옆 케이티(KT) 광화문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낭독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 회장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기업들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단 폐쇄가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제는 삶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회장] “개성공단은 200여 개의 기업들과 5만5천여 명의 남북한 근로자들의 생활터전이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20만 명 이상의 남과 북 주민들의 생계가 위태롭습니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이 12년 동안 북한의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활성화에 촉매 역할을 했고, 남북 대결의 완충지대가 되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가치 때문에 개성공단이 하루 속히 재개되어야 하지만 유엔과 미국의 제재로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일괄적인 제재 완화가 아니라 남과 북의 내부 거래에 대한 제재 예외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낭독한 뒤 미국대사관에 전달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약 20여 명의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정 회장은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서를 보내는 것은 그 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등에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4월 말이나 5월에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기자회견에 끝난 뒤 `VOA'에, 기대했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돼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유창근 부회장] “북-미 회담 이후에 당연히 재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실망이 너무 큰 입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유 부회장은 특히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올해를 넘기면 안 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재개가 되더라도 기업인들이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환경이 바뀌게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급숙녀복 제조업체인 제이엠에스 아트라인의 전대원 대표는 지금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전대원 대표] “엉망이죠. 재산 거기에 다 두고 오고. 그런 관계로 해서 지금 가족관계도 많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개성공단에 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들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며, 자신의 경우 투자를 적게 해서 그마나 나은 형편인데도 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개성공단 기업협회는 지난 4일 국회의사당에서 발표한 호소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국무부는 5일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 질문에 대북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 등 본격적인 경제협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22일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의 말입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저희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현재 제재 상황에서 대북 제재의 틀을 준수하면서, 존중하면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00년에 착공해 2005년부터 업체들의 입주가 시작된 개성공단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2016년 2월 10일 전격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한국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125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고, 북한 근로자 5만5천여 명이 일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가동 중단 이후 8차례 한국 정부에 방북 승인을 신청했지만 모두 유보되거나 불허됐습니다. 

정기섭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시설 점검을 위한 9번째 방북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