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와이팅 하버드 법과대학원 교수는.
알렉스 와이팅 하버드 법과대학원 교수는.

김정남 살해 등 북한의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국제적 사법 시스템이 미비하다고 전 국제형사재판소 ICC 검찰관이 지적했습니다. 2010년부터 4년동안 ICC에서 활동한 알렉스 와이팅 하버드 법과대학원 교수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 판결을 외교와 정치적 이유로 사법 정의가 훼손된 대표적 사례로 꼽았습니다. 사법권관할이 적용되지 않는 나라들이 연루돼 이 사건을 기소할 수 없는 ICC의 한계도 거론했습니다. 와이트 교수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김정남 살해 용의자들의 석방으로 북한의 해외 암살 사건이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전직 ICC 검사로서 이번 사건과 재판 과정을 어떻게 보셨나요?

와이팅 교수) 미국과 국제 검사 출신으로써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특히 이번처럼 정치적 저의가 깔려있는 살인이라면 (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정남 살인 판결은 외교와 정치적 문제가 맞물려 사법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대표적 케이스라고 봅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들 때문에 국제 사법 시스템 작동이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범죄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또 대안은 뭔지도 궁금합니다. 

와이팅 교수) ICC는 ‘로마규정’에 의거해 사법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만, 북한은 이 규정의 비준국이 아닙니다. 따라서 관할권이 북한 영토에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범죄가 회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하거나, 범죄 혐의자가 회원국 국적자여야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유엔안보리가 북한 범죄의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가능합니다. 여기에도 두 가지 걸림돌이 있는데요. 우선, 북한과 특수 관계에 있는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요. 미국, 러시아, 중국 역시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ICC에 회부하는 걸 꺼릴 겁니다. 이들 나라들은 정치적 문제로 ICC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기자) ICC가 다룬 사례 중 북한과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까? 

와이팅 교수) 캄보디아가 비슷합니다. 전쟁이나 무력충돌 상황이 아닌데도 자국민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1970년대 자국민 학살(킬링 필드)의 주범들을 국제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상황은 독특합니다. 북한에서 행해지는 반인륜적 범죄는 내란이나 분쟁의 결과물이 아니라 오직 정치적 통제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ICC가 처벌할 수 있는 범죄 유형 가운데 북한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까? 

와이팅 교수) 북한 주민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반인도적 범죄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게 대표적이고, 북한 지도부가 북한 밖에서 자행하는 범죄와도 관련 지을 수 있습니다.

기자) ICC가 제도적 어려움 때문에 북한의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처럼 북한 특별법정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습니까? 

와이팅 교수) 할 수 있습니다만, 이 역시 ICC 회부 체계와 같기 때문에 똑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유엔안보리가 북한 특별법정을 설치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죠. 

기자)그럼 ICC가 북한을 처벌할 방법은 없습니까?

와이팅 교수) ICC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적습니다.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과 체포는 국가들과의 협력 아래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ICC는 독자적으로 영장을 발부하거나 체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정의를 실현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에 ICC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많지 않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반인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ICC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와이팅 교수)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ICC가 북한의 사법 관할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겁니다. 거듭 언급하지만 ICC는 관할권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법적 매커니즘’과 관련한 대안이 마련돼 ICC가 북한이 자행하는 반인륜적 범죄 책임자를 기소하고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길 바랍니다. 

기자) 한반도 통일 이후, 말씀하신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수뇌부를 법정에 세울 근거는 있습니까? 

와이팅 교수) 법은 존재합니다. 반인륜범죄에 적용되는 국제법이 마련돼 있고 누구에게나 구속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땅한 기구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따라서 그런 국제기구를 설립하거나, 개별 국가가 보편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을 내세워 범죄를 저지른 지도자를 자체적으로 기소하거나 해야 합니다. 남북 통일이 된다 해도 한국이 그런 기소를 못하도록 하는 게 통일의 조건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제 3국이 기소를 해야 한다는 뜻이고 범죄 혐의의 지도자가 다른 나라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죠. 

ICC 검찰관을 지낸 알렉스 와이팅 하버드 법과대학원 교수로부터 북한의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의 한계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