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국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6·25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6·25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이 단독으로 비무장지대 내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남북은 당초 공동으로 유해 발굴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한국의 거듭된 제안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포함된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이 북한의 무응답으로 끝내 무산됐습니다. 

한국 국방부의 노재천 부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강원도 철원 소재 비무장지대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에서 한국 단독으로 유해 발굴을 위한 기초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노재천 부대변인] “우리 군은 오늘부터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향후 실시될 남북 공동 발굴 작업에 대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작년에 이은 추가 지뢰 제거 및 기초 발굴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노 부대변인은 앞으로 북한이 호응해 올 경우 즉각 남북 공동 발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여전히 공동 유해 발굴에 대해 호응하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공식적인 답변은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은 이날 시작된 비무장지대 유해 발굴 작업에 100여명을 투입했습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이 단독으로라도 발굴 준비작업에 나선 것은 남북군사합의 이행의 의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문성문 센터장] “결국 유해 발굴이라는 것은 합의한 것이니까 이행이 돼야 한다는 의지를 과시한 측면이 있고, 북측에는 또 호응을 촉구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죠.”

문 센터장은 또 북한이 유해 발굴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비핵화 협상 과정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경협 등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초 남북은 지난해 체결한 ‘9·19 군사합의’를 통해 4월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에서 시범적으로 공동 유해 발굴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까지 해당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했고, 공동 유해 발굴 지역을 남북으로 잇는 전술도로도 개척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는 미-한 워킹그룹 화상회의 등을 계기로 미국과 남북 공동 유해 발굴 문제를 협의했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요청해 제재 면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올해 들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 군사대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2월 말까지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완료해 상호 통보한다는 남북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달 6일 북한에 한국의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이 완료됐다고 통보했지만, 북한이 1일까지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아 한국 단독으로 유해 발굴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는 1951년 11월부터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직전까지 남북이 치열한 격전을 벌인 곳으로, 국군 전사자 200여구를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등 유엔군과 북한과 중공군 전사자 등 총 300여구의 유해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의 부형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고민이 깊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부형욱 연구위원] “내부에서 향후 노선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협력하기로 했던 이런 사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고요...”

실제로 남북은 지난해 9월 19일 군사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올해 초까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시범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 하구 공동 수로조사 등을 이행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비무장지대 모든 감시초소 철수와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 등 주요 합의 사항 이행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남북 군사당국 간 대면접촉은 지난 1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 공동 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이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 유일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18일에 공동 유해 발굴과 한강 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 등 군사합의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문성묵 센터장은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남북관계에도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문성묵 센터장] “군사합의 뿐만이 아니라 사실 남북관계 전반에서 삐걱거리고 있잖아요. 아마 일정 부분 그것(비핵화 협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의 부형욱 연구위원은 지금은 북한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남북 군사합의의 다양한 긴장 완화 방안들을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부형욱 연구위원] “북한이 먼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면 국제사회의 반향을 기대할 수 있을텐데 그것을 바라보지 못하는 전략적 시각이 제한된다는 것이 좀 아쉽죠.”

부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등 중요한 일정으로 가득찬 이번 달에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굉장히 심각한 우려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