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북한 평양. (자료사진)
지난해 6월 북한 평양. (자료사진)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북한경제 여기저기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출길이 막혀 탄광이 문을 닫는가 하면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고 공장도 돌지 않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대북 제재가 본격 시작된 것은 2016년부터입니다. 

그 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광물과 무기 수출 등 돈줄을 끊기 위해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 후 두 차례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했습니다. 그러자 안보리도 2년에 걸쳐 한층 강화된 대북 결의 2321호, 2371호, 2375호, 2397호를 차례로 채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6년을 기점으로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실효성을 가진 고강도 제재로 변했다고 말합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2016년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와 미국 재무부가 나섰고, 중국도 미국과 협력했기 때문에 2016년 이후 제재야말로 실효성을 가지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북한-중국 무역 자료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선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 크게 줄었습니다. 북한 무역의 90%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뤄지는데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24억6천만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51%나 감소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중 수출은 거의 붕괴됐다고 할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은 2억2천만 달러로, 전년도(16억5천만 달러)에 비해 87%가 줄었습니다. 

같은 해 북한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33% 준 22억 4천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는 북한의 돈줄이 거의 끊어진데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20억 달러의 적자를 본 것을 의미한다고 미국의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Most of China’s import or export plummeted almost 90%..."

직격탄을 맞은 건 북한의 광업 분야입니다. 광물 수출은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입니다. 석탄과 철광석 수출은 북한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석탄 수출로 번 돈이 노동당과 군부, 국영기업, 돈주, 장마당, 광부 호주머니에 들어가야 경제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로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서 하루아침에 돈줄이 끊겼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군부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북한 통일전선부 간부 출신 탈북민 장진성 씨는 말합니다.

[녹취: 장진성] ”군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왜냐면 군에 석탄독점권을 줬는데, 석탄을 팔아야 외화로 군복이나 군수물품을 사올 수 있는데, 이게 끊기니까, 군 경제가 망가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광물 수출길이 막히자 북한 당국은 석탄을 발전소 등 국내 소비에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강택 석좌연구위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강택] ”일단 내수로 돌린다고 하는데 내수로 돌려지는 게 수출했을 때보다 활발히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뒷받침되는 게 아니라서, 예전보다 어려워진다고 하는 거지요.”

수출이 안되자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 NK’는 지난해 8월 이후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20-30 만 달러에 거래되던 70평 크기의 평양 중심가 아파트 가격이 8월에는 5만 달러 이상 떨어졌습니다. 또 10만 달러에 거래되던 평안남도 평성시 역전동 아파트 가격도 7만 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아파트 가격 폭락도 제재의 여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평양의 여명거리 창전거리 이런 곳 아파트는 신흥부자들과 외화벌이를 하는 당 간부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곳인데, 아파트 가격이 30% 이상 떨어졌다고 하는 이 역시 외화가 안 돈다, 외화가 고갈됐다는 것과 관련이 있고…”

수출로 먹고 살던 노동당과 군부 산하 무역회사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수출로 먹고 살던 많은 무역회사들이 망했거나 개점휴업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신흥 부유층인 돈주들도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돈주들은 그동안 중국과의 의류 임가공과 광물 수출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어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수출길이 막히면서 큰 손해를 보거나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돈주 대신 ‘빚주’라는 말도 나온다고 `아시아 프레스'는 전했습니다.

중국에서 자재와 부품 수입이 잘 안되면서 공장과 기업소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책제철소가 돌아가려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를 중국에서 사와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로 인해 코크스를 수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공장이 잘 돌지 않는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서도 확인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평안북도 신의주 방직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재와 자금 노력 타발만 한다”며 공장 관계자들을 질책했습니다. 

[녹취: 중방] “이 공장에서는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 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고 건물 보수를 땜때기식으로 하고 있으며…”

수출이 안되면서 외화 사정은 한층 빡빡해졌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석탄과 무기 수출, 관광, 개성공단, 해외 노동자 송금, 임가공 등 5-6개 경로로 외화를 조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수출길이 막혔으며 연간 9천만 달러를 벌이들이던 개성공단도 2016년 2월 폐쇄됐습니다.

외화 부족은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노동당 39호실에 상납해왔습니다. 그러면 북한 수뇌부는 이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사치품을 구입해 당 간부와 군 장성에게 하사하며 정권의 통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그러나 39호실도 외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당 39호실 산하 경흥지도국 당 위원장 리철호는 2017년 12월 발간된 노동당 기관지 ‘근로자’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제재로 인해 외화벌이가 지장을 받고 있으며 유류 공급 제한으로 주유소를 폐쇄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외화 부족은 북한 당국의 특별공급도 중단시켰습니다. 과거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이나 당 창건일 (10.10)에 쌀과 술, 과자 등을 주민들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아무런 특별공급이 없었다고 탈북자 출신인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9.9절에 특별 식량 공급을 줄려고 하면 해외에서 쌀을 사들여와야 하는데, 달러로 쌀을 사오기 싫으니까, 밑에 시도군, 공장, 기업소에 명절 상품을 공급하라는 명령을 떨구는 것으로 땜을 했죠. 결국 명절에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고 해서 저희도 맘이 안 좋았어요.”

주목할 점은 제재의 효과가 분야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석유 수입이나 석탄 수출처럼 외화와 직결된 분야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반면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민간경제는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제재에도 불구하고 환율도 1 달러에 8천원선을 유지하고 있고, 쌀값도 kg당 4천500원 선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제재로 인해 북한의 국영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민간 시장은 오히려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State Economy probably have minus 10%, I guess…"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외화 보유 규모입니다. 북한이 충분한 외화를 갖고 있다면 지금처럼 해상 환적 등을 해가며 그럭저럭 2-3년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화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낼 경우 경제난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물가와 환율이 오르는 것은 물론 더 많은 공장과 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4 년째 계속되면서 북한 경제는 점점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