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의 왼쪽에 외무성 직원이 서 있고, 오른쪽은 통역이 앉아있다.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일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했다가, 이후 합의 위반 시 제재를 되살리는 ‘스냅백 조항’을 언급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스냅백’ 조항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스냅백’ 조항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스냅백 조항’을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재를 해제했다가 북한이 핵 활동을 재개하면 가역적으로 제재를 재개할 수 있는 이 조항을 북한 측에 제안했지만, 결국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겁니다. 

‘스냅백 조항’이 활용될 수 있는 곳은 유엔 안보리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이 조항 활용에 동의한다면 유엔 안보리는 새로운 결의 채택을 통해 이 조항을 삽입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새 결의에는 어떤 제재 조치를 완화할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폐기할 지가 자세히 담기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경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를 되돌릴 지에 대한 '스냅백 조항'도 포함되는 겁니다. 

안보리 결의 채택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나머지 비상임이사국 10개 나라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안보리 차원의 합의는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핵 물질 생산을 비롯해 기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스냅백’ 조항이 자동으로 적용되고, 이를 통해 제재가 저절로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기존 제재를 완화하기로 한 결의를 또 다시 뒤집는 새로운 결의가 채택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최초 제재 결의를 완화하기 위한 첫 번째 결의 외에도 이를 살리기 위한 두 번째 결의가 또 한 번 채택돼야 제재가 다시 살아나는 겁니다. 

문제는 두 번째 결의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자칫 진통이 따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냅백’이 제재를 되살리는데 대한 ‘절대적인 확실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닉시 선임연구원] “It could be very difficult...”

스냅백 장치가 있어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자동적으로) 해제됐던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데 찬성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가 다시 부과돼선 안 되는 이유를 내세울 수 있으며, 결국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닉시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민타로 오바 전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관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녹취: 오바 전 담당관] “If we are talking about unilateral sanctions imposed...”

미국이 부과한 독자제재라면 다시 되살리는 게 어렵지 않겠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의 다자 제재는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들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을 거쳐 채택됐습니다. 제재 수위를 놓고 두 나라 사이의 입장차이가 벌어질 땐 그만큼 진통을 겪고 제재 채택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석탄 금수 조치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난 2016년엔 결의 2321호가 채택되기까지 역대 최장 기록인 82일이 걸렸습니다. 

만약 ‘스냅백’ 조항이 적용돼야 할 상황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한다면, 이 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따라서 닉시 선임연구원은 제재를 완화하는 첫 번째 결의에서부터 미국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협력’ 이 두 가지 정도만을 완화할 경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칫 ‘스냅백’ 조항이 중국 등의 반대로 무의미해지더라도, 여전히 전체적인 제재 체제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스냅백’ 조항을 활용한다면 양측이 진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would be a good way to move forward

‘스냅백’ 조항의 특성상 북한은 제재 완화를 얻겠지만, 동시에 미국의 지렛대 역시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매닝 연구원은 양측이 만족할 만한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에선 영변은 물론 추가적으로 드러난 모든 핵 시설의 폐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