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회에 모린 울프 작가가 그린 유관순 열사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회에 모린 울프 작가가 그린 유관순 열사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유관순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일제강점기 시절인 1919년, 한민족이 독립을 외쳤던 3.1 만세운동 당시 16세 나이로 일제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유관순을 기리는 전시회가 미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미국인 화가들, 3.1운동 100주년 전시회 참여

“1919년 봄, 한국의 독립을 위한 평화적 시위가 일어났을 때 유관순은 민족의 집단적 자유를 갈망하는 운동의 얼굴이 됐다.”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 신문에 실린 유관순의 부고 기사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 신문은 탁월한 업적을 세운 전 세계 여성을 소개하면서 ‘한국 독립을 위해 싸운 10대 순교자’ 라는 제목으로 유관순의 생애와 유언을 자세히 실었습니다. 

한국에서 독립을 위해 싸우다 숨진 열사로 불리는 유관순은 1910년 일제에 빼앗긴 국권회복에 뛰어든 독립운동가 가운데 한 명으로, 3.1운동의 주역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3.1운동100주년이 된 올해 미국에서도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미 동부 뉴욕주 의회가 제정한 ‘유관순의 날’이 대표적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이 추진한 결의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서 미국사회는 유관순이라는 낯선 이름을 접했고, 한국의 독립운동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인 화가들이 참여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잊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회입니다. 
전시회를 기획한 오미화 ‘프록시 플레이스 갤러리’ 관장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으로서 한국의 독립운동과 운동가를 미국사회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미화] “우리나라 역사 공부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해서 하게 됐어요. 미국 작가들은 잘 모르죠. 정리해서 나눠주고. 각자 공부하고.. 나름대로 공부하고 작품을 하게 된 거에요. 여기 주류사회에 알리고 싶었던 거죠. 세계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이 많이 있으니까, 주변에 있는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해 알아보는..좋겠다.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고,넓은 의미로.. “

100년 전 열강의 압박 속에 시름했던 약소국가의 시민운동을 통해 현재를 조명해보자는 취지라는 설명입니다. 

이 전시회에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8명의 미국인 화가와 한인 화가 4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준비한 20점의 그림을 내놨습니다. 
 
4점의 작품을 그린 아이리쉬계 미국인 여성 모린 울프슨 작가는 `VOA’에, 두 달 동안 한국의 독립운동을 공부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모린 울프슨] “It broke my heart when I heard what she went through and the atrocities that she suffered that I wanted to tell her story but…” 

16세 소녀가 잔혹 행위로 겪었을 고통에 대해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고,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그림을 그렸다는 겁니다.

울프슨 작가는 유관순 열사를 순교자이며 영웅이라고 표현합니다. 

모린 울프작가가 그린 유관순 열사의 모습.
모린 울프작가가 그린 유관순 열사의 모습.

​​그의 작품 속의 유 열사는 키보다 큰 깃봉에 걸린 커다란 태극기를 껴안고 다른 한 팔로는 연필과 책을 품에 안았습니다. 

푸른빛과 흰빛이 감도는 화면에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유 열사의 모습은 어린 소녀지만 강인함을 풍깁니다. 

유관순 열사가 당시 열 여섯 밖에 안됐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울프슨 작가는, 자신은 그 나이에 집세를 내기 위해 일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합니다.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기 보다는 개인의 삶을 꾸리는 것이 전부였다는 설명입니다. 

울프슨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은 천국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유 열사의 모습으로, ‘잊지는 말되 용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커다란 비둘기, 더 이상 고통이 없는 천국에는 갖가지 한국 악기들을 들고 연주하는 소녀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소녀들이 유 열사를 둘러싼 채 연주하는 장면은 천상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나비가 머리 위에 살포시 앉은 듯한 또 다른 작품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유 열사가 여리고 소박한 꿈을 꾸었던 평범한 소녀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울프슨 작가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며,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며, 이를 위해 서로 존중하며 해치지 않는 보편적인 가치가 지켜지기를 소망했습니다. 

강렬한 색채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로리 애켈베리 작가의 그림은 태극기를 가슴에 안은 소녀지만 얼굴에 눈코입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하고 강렬한 그림 안에 여러 의미가 담겼는데요, ‘나’는 없고 ‘나라’만을 염려했던 유 열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로리 애켈베리 작가는 얼굴이 없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특정인물로 인식하지 않게 그렸다며, 당시 거리로 나와 독립을 외쳤던 사람들은, 겉모습은 달랐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한 민족이었고 모두 용감하게 싸우다 이름없이 죽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로리 애켈베리 ] “You know even their face and risking their life to fight so that they could be free so I was mostly representing all the people that were so brave to fight for their rights…” 

모두가 목숨을 걸었고, 매우 용감하게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는 설명입니다. 

애켈베리 작가의 그림 속 소녀는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 대신 분홍빛의 한복을 입고 있습니다. 

당시 자유를 위해 싸웠던 소녀들은 하얀색 한복을 입고 있었겠지만 자신은 그림 속의 소녀를 자유를 찾은 모습으로 봤다고 말했습니다. 하얀색 한복에 분홍색 색깔을 입혀 ‘자유’를 더해줬다는 설명입니다.

[녹취:로리 애켈베리 ] “You know she doesn't need to wear the simple to the white and no color now she can wear a beautiful you know Korean outfit..”

브리트니 월린스키 작가의 군중화.
브리트니 월린스키 작가의 군중화.

​​또 다른 작가 브리트니 월린스키 작가의 그림은 군중화 입니다. 당시 모여든 사람들의 강인한 의지와 암울했던 상황을 나타내듯 무겁고 어두운 색채에 세밀한 묘사가 없지만 모두 만세를 부르는 듯한 모습입니다.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탈리아 영국 베트남 멕시코 아일랜드 등 다양한 뿌리를 둔 이민자 출신 작가들입니다. 

오미화 관장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들의 면모가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다양한 배경의 미국인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오미화 관장] “작가들이 여러 나라 작가들이다 보니까, 부모님이 이탈리에서 오셨다거나 베트남에 살다가 어릴 때 온 사람도 있고, 자기 주변에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거에요. 각국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죠. 가깝게 느끼는 거 같더라고요..”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회 ‘우리는 잊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서합니다.”

캘리포니아 챗워스의 프록시 플레이스 갤러리에서 지난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는 3월 10일까지 계속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