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을 놓고 미국과 북한이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절제된 톤을 유지하면서 대화 재개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원인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설명이 많이 차이가 나네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회담이 결렬된 건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제재 해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이런 설명을 반박했습니다. 자신들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닌, 민생과 관련한 제재의 일부 완화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양측의 설명에서 핵심적인 차이는 결국 제재 해제의 수준이네요?

기자)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범위에 대한 설명도 다릅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자신들이 영변 내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모든 핵 시설의 영구 폐기와 검증을 받아들일 것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폼페오 장관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과 관련해 무엇을 내놓을 준비가 됐는지 분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또 제재 문제와 관련해 북한 측이 “기본적으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어느 한 쪽은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분명한 건, 미-북 양측의 실무 협상에서 합의안이 마련됐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확인했는데요, 합의안에 제재 전면 해제가 담겨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무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나 폼페오 장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모두 제재 해제는커녕 일부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매우 유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북 상응 조치를 강조하는 전문가들 조차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데는 부정적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의 설명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원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일부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전면적인 해제 요구로 받아들였음을 내비치는 설명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는 상당 부분이 유류와 외화 차단 등 민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상대 측 주장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폼페오 장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의 기자회견에 대해 알고 있다며, “그 이상 추가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정상회담 결렬 이유에 대한 미국의 설명을 곧바로 반박하고 나선 건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기자) 대부분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토대로 회담 결렬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들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대해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렀다”며 합의를 안 한 것이 나쁜 합의보다 낫다고 주장하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이번 일로 미-북 관계가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요?

기자) 그런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거듭 강조하면서 추가 회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 북한도 그런 바람을 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정상회담이 결렬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추가 회담이 조만간 열리게 될까요?

기자) 그런 기류는 아닙니다. 폼페오 장관은 추후 실무 협상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자신들이 먼저 미국 측에 회담을 제안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이 때문에 협상이 재개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