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조기와 베트남 금성홍기를 든 어린이들. (자료사진)
미국 성조기와 베트남 금성홍기를 든 어린이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부터 이틀에 걸쳐 만납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미-북 2차 정상회담에 세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데요. 베트남 출신 미국인들은 이번 회담을 보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얘기, 오종수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녹취: 미-북 2차 정상회담 뉴스]

미국 내 베트남계 주민들은 최근 국제뉴스 머리기사에 오르내리는 북한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베트남과 북한은 수많은 역사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팸 야오 VOA 베트남어 국장)] “First, they fought outsiders. While the North Koreans fought with the US, the Vietnamese fought with the French. And then the two country, the Korean peninsula was divided into North and South. Vietnam also divided into North and South 9 years after.”

두 나라 모두 공산국가인데다가 전쟁을 치렀고, 남북으로 분단된 경험까지 똑같다고 VOA 베트남어 방송 팸 야오 국장이 설명합니다.

베트남도 미국과 전쟁을 했고, 북한도 미국과 전쟁을 했는데요. 전쟁 이후 양상은 달랐습니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키는 나라가 됐지만, 북한은 ‘은둔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반세기 넘게 폐쇄적인 곳으로 남아 있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바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여부입니다.

1975년 베트남전 종료 이후, 베트남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습니다. 1979년 중국이 미국과 수교하고, 1980년대엔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한 영향인데요.

[인터뷰: 팸 야오 VOA 베트남어 국장)] “And then Vietnam almost went bankrupt so bad. In the early 1980’s Vietnam decided to open its door and tried to approach many other countries as many as possible. Because they knew that they went wrong way before.”

고립 때문에,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팸 야오 VOA 베트남어 국장이 설명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길을 갔던 것을 깨닫고 최대한 많은 나라와 교류를 시도했는데요. 

베트남 당국은 국제사회에 합류할 핵심 관건이, 대미 관계 개선임을 파악하고, 대화에 나섰습니다. 

몇 년에 걸친 교섭 끝에,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은 전격 수교했는데요. 이후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대미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한 건데요. 북한 역시 이런 베트남식 개혁, 개방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7월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거의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베트남계 미국인들은 대미 관계 개선과 그 이후 베트남의 발전을 어떻게 볼까요? 

마냥 좋게만 보진 않습니다. 경제만 개방했을 뿐, 정치 체제는 변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특별히 이런 지적에 더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직후 공산주의 치하를 피해,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떠돌았던 ‘보트피플(boat people)’, 선상난민 출신들입니다.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관련 단체 ‘보트피플 SOS’ 대표 우엔 딘 탕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우엔 딘 탕 ‘보트피플 SOS’ 대표] “I don’t think Vietnam is a good role model, or good example for North Korea to follow. Yes, clearly Vietnam has developed its economy. Its GDP has increased substantially and steadily over the past 20 years. However, that isn’t translated into improvement of human rights.”

베트남이 경제 발전을 이룬 것은 명백하지만, 인권 문제가 여전하다고 우엔 박사는 지적하는데요. 따라서, 북한이 변화의 모델로 삼을 나라는 못 된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은 베트남이 아니라, 한국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많은 베트남계 미국인은 미국과 베트남이 관계를 정상화하고, 교류를 넓히는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우엔 딘 탕 ‘보트피플 SOS’ 대표] “I still remember clearly around that time. We pushed very hard for the release of political and religious prisoners… Over the past 20 years, we have seen regression in terms of the respectful human rights”

수교 당시부터 미국은 베트남의 인권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지난 20년간 오히려 퇴보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복잡한 정치· 사회적 환경에 별 신경을 안 쓰는 경향도, 미국 내 베트남계 사회 다른 한쪽에 분명히 있습니다. 

오히려 경제적 기회를 찾아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베트남계 미국인들도 많은데요.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13년 사이에 3천 명에 달하는 ‘Viet Kieu’, ‘해외 베트남인’들이 영구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팸 VOA 베트남어 국장 역시 대미 관계 개선 덕택에, 마음 편히 베트남의 고향에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을 반기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하는데요.

북한에 대해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팸 국장은 기대합니다. 관계 개선의 결실로, 미국 내 한인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인터뷰: 팸 야오 VOA 베트남어 국장)] “So I would think overcoming the obstacles in the history is the one of the hardest thing to do. But without initiating the first step, you cannot finish the hundred mile road.”

베트남이 미국과 그랬던 것처럼, 적대관계라는 역사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팸 국장은 북한에 대해 조언합니다. 그리고 이번 회담은 그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데요.

첫걸음을 떼지 않고는, 관계 개선이라는 대장정을 이룰 수 없다는 겁니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하루 빨리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베트남계 미국인들뿐 아니라, 온 세계 누구나 같을 것이라고 팸 국장은 말합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맞아 미국 내 베트남계 사회의 시각 전해드렸습니다.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