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확신이 없는 이상 또 한 번의 정상회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밝혔습니다. 번스 전 차관은 대화를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북한은 현재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차 정상회담은 핵 신고와 같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번스 전 대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 대사를 거쳐 국무부 정무차관을 역임했으며, 이란 핵 협상을 주도했었습니다. 번스 대사를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첫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번스 전 차관) 약 1년 전 미국이 북한에 직접적인 군사력을 동원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됐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동원 전 김정은과 마주 앉아 외교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데 대한 공로는 어느 정도 인정 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과 직접 만나본 미국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김정은과 대면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옳았습니다. 관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충분히 강경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싱가포르 회담의 실책이라고 보십니까?

번스 전 차관) 미국은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했고, 얻는 것 없이 북한에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이 끝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핵무기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핵 물질은 어디에 있는지 등 핵 프로그램 현황조차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협상에서 이런 첫 번째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는데 미국은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근본적인 타협을 해줬습니다. 따라서 협상의 관점에서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관대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줄곧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을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데요.

번스 전 차관)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고 있고, 미국과 일본, 한국을 위협하는 행동을 더 이상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늘리기 위해 한국, 일본과 협력해 미국 측 지렛대를 더 늘려야 합니다. 

기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현실적이라고 보십니까?

번스 전 차관)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제 생각에 북한은 이런 외교적 대화를 하게 돼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압박이 느슨해지고, 신뢰할 만하고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국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김정은은 핵무기를 정권 생존의 보험 격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그럼 협상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어느 정도 낮춰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번스 전 차관) 협상의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이 갑자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용납하겠다고 하는 것은 실수라고 봅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일본인들과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미국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로 미 본토 타격 역량을 갖추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것이 협상의 목표여야 하고요. 중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 국가들에게 이 목표 달성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북 핵 프로그램은 각종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인정해줄 이유가 없고, 국제사회는 이런 불법 프로그램에 대해 더 알아야 합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이라고 언급하셨는데요.

번스 전 차관) 김정은은 지금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김정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김정은에게) 지나치게 회유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보다 김정은에 대해 더 좋게 말하고 있는데, 옳지 않고 현명한 것도 아니죠.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상징성, 회담이라는 화려한 행사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한 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인들에게 부정직한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김정은과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번스 전 차관)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양보적 조치가 따라올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이상 회담에 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김정은이 핵무기와 핵 물질을 신고할 준비가 됐다는 확신이 선결돼야 한다는 겁니다.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김정은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은 없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핵무기와 핵 물질을 신고할 준비가 됐다고 보십니까?

번스 전 차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매우 능숙하고 경험 많은 협상가입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굉장히 숙련된 협상가고요. 북한이 그런 조치를 취하는 데 진지한지는 이들이 분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답이 확실하지 않고, 김정은이 중간 지점에서 타협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왜 2차 정상회담에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으로부터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