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증거청문 심리를 마친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지난달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증거청문 심리를 마친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북한이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문이 평양으로 송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웜비어 소송에 대한 판결문을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통해 평양소재 외무성으로 보냈습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해당 우편물은 16일 워싱턴 DC 소재 미 연방법원 사무처에서 송달됐으며, 수신인은 리용호 외무상으로 기재됐습니다. 

‘DHL’에 따르면 해당 우편물은 16일 워싱턴 DC와 볼티모어를 거쳐 17일 현재 오하이오주 신시네티에서 발송 대기 상태에 있습니다. 배달이 완료되는 시점은 1월30일로 예정됐습니다.

앞서 웜비어 가족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벤자민 해치 변호사는 지난 8일 법원 사무처에 서한을 보내 리 외무상을 수신인으로 하는 이 우편물 발송을 신청하면서, 웜비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문과 판사의 의견서 그리고 해당 문서들에 대한 한글 번역본을 동봉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웜비어의 소송을 맡았던 워싱턴 DC 연방법원장 베럴 하월 판사는 지난달 24일 최종 판결문을 통해 “고문과 인질극, 비사법적 살인과 함께 웜비어의 가족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한에 책임이 있다”며 5억113만4천683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한 바 있습니다.
 
특히 약 5억 달러의 배상금 중 북한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90%로, 하월 판사는 웜비어와 웜비어의 부모에게 각각 1억5천만 달러씩 총 4억5천만 달러가 지급돼야 한다고 판결했었습니다. 

지난 2015년 북한 관광에 나섰다 이듬해 북한 당국에 체포됐던 오토 웜비어는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혼수상태에 빠진 뒤 2017년 6월 미국으로 송환됐지만 며칠 뒤 숨졌습니다. 

이후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해 4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약 8개월만인 지난달 24일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소송 과정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법원은 ‘궐석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하월 판사는 판결문과 함께 공개한 의견서에서 웜비어의 죽음이 북한의 ‘고문’ 때문이라는 웜비어 측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하월 판사는 “전문가(주치의)가 내린 결론은 북한이 고의적으로 웜비어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데 있어 필수적인 증거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웜비어의 발에 큰 상처가 있다는 점과 치아들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주치의의 진술서를 인용하면서 “웜비어의 발에 전기충격이 가해지거나, 치아 위치를 바꾸기 위해 펜치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돼 이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웜비어의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는 ‘보툴리누스균’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신 ‘웜비어의 사인은 뇌 혈액 공급이 5~20분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DHL’을 통해 미 법원 문서를 수신한 적이 있습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웜비어 가족들은 지난 6월19일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통해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소장을 보냈으며, 당시 ‘김’이라는 인물이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또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푸에블로호 승선원들의 북한 정권에 대한 소장을 비롯해 과거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소장들 역시 ‘DHL’을 통해 평양 외무성에 배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북한에 납북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의 판결문의 경우 ‘DHL’을 이용해 북한으로 향했지만, 배달되지 못한 채 되돌아왔다는 기록이 법원에 남아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