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중계한 조선중앙통신 화면.
지난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중계한 조선중앙통신 화면.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자력갱생’과 ‘자립경제’였습니다. 자체 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극복하자는 것인데요, 과연 이 것이 가능한지, 신년사의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김정은]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시키며 경제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책을 강구하며…”

2019년 1월1일 발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의 핵심은 ‘경제’ 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평양 중구역에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32분 분량의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이 중 60% 이상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습니다. 

이런 점은 신년사에 등장한 단어를 분석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경제를 강조했는데, 당시 경제라는 단어를 21 차례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에는 이 보다 거의 2배가량 늘어난 38 차례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에 대한 강조가 북한의 장기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2017년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병진 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따라서 신년사에서 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겁니다.

특히 이번 신년사는 올해 구호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를 내세웠습니다.

신년사 구호는 신년사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주민을 동원하는 논리로 활용됩니다. 전년도인 2018년엔 ‘혁명적인 총공세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자!’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신년사의 강조점이 ‘혁명적인 총공세’에서 ‘자력갱생’으로 한 단계 낮춰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신년사에서 ‘자립경제’라는 단어를 7차례, ‘자력갱생’이라는 단어는 3차례 사용했습니다.

북한이 자립경제를 강조한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경제를 빨리 발전시키고 싶지만 제재로 인해 이것이 힘들자 자력갱생을 내세운다는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지금 북한이 경제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 몇 년 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으니까, 그 길밖에 갈 수 없고, 일종의 고육지책이죠.”

분야별로 보면 신년사는 광업 부문이 어려움에 처했음을 시사했습니다. 김위원장은 “석탄공업 로동계급이 결사적인 생산투쟁을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석탄공업의 부문의 로동계급이 모든 것이 어려운 속에서 결사적인 생산투쟁을 벌였으며…”

실제로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인 광물 수출은 2017년 2월부터 전면 중단됐습니다. 석탄과 철광석은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석탄 수출로 번 돈이 노동당과 군부, 국영기업, 돈주, 장마당, 광부 호주머니에 들어가야 경제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서 북한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출을 못해 돈이 들어오지 않는데다 상당수 광부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군부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겁니다. 북한 통일전선부 간부 출신 탈북민 장진성 씨입니다.

[녹취: 장진성] ”군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왜냐면 군에 석탄독점권을 줬는데, 석탄을 팔아야 외화로 군복이나 군수물품을 사올 수 있는데, 이게 끊기니까, 군 경제가 망가졌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전력 생산을 강조하면서 원자력발전도 언급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수력발전소 건설을 다그치고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 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 나가면서도…”

북한이 신년사에서 원자력 발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는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을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한국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K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원자력 발전 언급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비핵화 진전이 먼저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조명균 장관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한의 원자력 발전이나 핵의 평화적 이용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 다음에 논의될 수 있는 그런 문제라는 기본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의 주체화 실현도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경제 건설의 쌍기둥인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의 주체화 실현에서 더 큰 발전을 이룩해야 합니다.”

이 같은 언급은 제철소와 정유공장 같은 중공업 분야가 어렵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김책제철소가 돌아가려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와 함께 전력이 충분히 공급돼야 합니다. 그런데 외화 부족으로 코크스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지 못해 철강 생산을 못했다고 한국은행 강창구 차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창구] ”가장 중요한 게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가 있는데, 이걸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수입을 못하거나 원활치 않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유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휘발유 같은 정제품을 850만 배럴가량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채택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원유 공급을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휘발유 등 정제품 공급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묶었습니다. 필요한 기름의 50% 밖에 들여올 수 없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평양의 휘발유 값이 폭등하는 등 심각한 에너지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수행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북한이 2016년부터 추진해 온 경제발전 전략입니다. 올해가 이 전략을 발표한 지 4년째 되는 해이고 내년에는 이 계획의 결과물이 나와야 합니다.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Five Year Plan is not working at all…"

 또 북한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 계획은 신년사에 아예 언급조차 안됐습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를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를 들고 나온 것은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를 풀어보려는 의도라고 한국의 강인덕 전 장관은 말합니다.

[녹취: 강인덕] “지금 전세계 190여개 국가 가운데 북한을 도우려는 나라가 딱 한나라,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밖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우리를 통해 미국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죠.”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꼼꼼히 읽었다며, 김 위원장이 경제는 많이 언급했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인 외화 문제는 빼놓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I think the clock is ticking..”

북한이 살아 남으려면 석유, 비료, 식량, 원자재와 생활필수품 등을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데 수출이 안돼 외화 보유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그동안 석탄과 무기 수출, 관광, 개성공단, 해외 노동자 송금 등 5-6개 경로로 외화를 조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연간 10억 달러를 벌어들이던 석탄 수출 길이 막혔고, 9천만 달러를 벌이들이던 개성공단도 2016년 2월 폐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경제가 점점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경제를 살리려면 비핵화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