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의 북한대사관 입구.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후, 미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촬영한 이탈리아 로마 주재 북한대사관 출입구.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원하고 있으며, 현재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현지 유력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4일자 1면에서 3면에 걸친 기사에서 외교소식통을 인용, 조 전 대사대리 소식을 상세하게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대사관을 이탈한 조 전 대사대리가 11월 중순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주세페 콘테 총리와 정보당국이 미국과 관련 사안을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의 진위에 대해, 미 국무부는 “내부지침에 따라 답변할 수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게 맞다면, 미국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 사건은 인권 문제인 만큼 미국 정부가 망명신청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RFA에 말했습니다.

다만 “망명 배경과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데 까지 긴 시간과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번 사태가 미-북 대화와 남북한 관계에 직접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회담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를 수는 있는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AP통신은 4일 “북한 엘리트 출신 고위직의 망명은 워싱턴· 서울과의 외교를 추구하며 '국제적 정치인' 면모를 드러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엄청난 골칫거리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사건은 “지난 1년간 전례 없는 외교적 손길을 내밀어, 합법적 정상으로 위상을 다지려던 김정은 위원장에게 굴욕적인 일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권유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5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며, 자신과 함께 "서울에서 의기투합해 북한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2017년 10월 이래 대사가 공석인 대리 체제를 이어왔습니다.

당시 핵· 미사일 도발 사태로 문정남 대사가 추방된 자리를 채우지 못한 채, 올해도 비정상적인 운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