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은 올해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의 고강도 제재로 기름값이 폭등하는가 하면 최대 돈줄인 석탄 수출마저 중단돼 외화난이 가중됐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2018년은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로 북한경제가 에너지난, 외화난, 물자난 삼중고를 겪은 한 해였습니다.

2017년 11월29일, 북한은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 15형을 시험발사했습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중국에 대북 석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Major supplier of that oil is China. In 2003, China actually stopped the oil to North Korea, soon after North Korea came to the table.”

그러자 중국은 마침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은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원유 공급을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휘발유 등 정제품 공급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묶었습니다.

북한경제가 돌아가려면 850만 배럴가량의 기름이 필요한데 50%가량이 줄어든 겁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송유관 꼭지를 잠그자 평양의 기름값은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4월만 해도 평양 시내 연유판매소(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은 kg당 6천원 선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올 12월 24일 현재 휘발유 가격은 kg당 1만4천원 선입니다. 지난해 봄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겁니다.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북한은 20여 척의 유조선을 동원해 불법 해상 환적에 나섰습니다. 환적이란 남의 눈을 피해 몰래 기름을 옮겨 싣는 것을 말하는데, 북한이 동중국해 해상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선박 등으로부터 기름을 밀수하는 겁니다.

미국 정부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모두 89 차례에 걸쳐 해상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구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80만 배럴 이상의 기름을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상 환적으로 몰래 기름을 들여와도 북한의 휘발유와 디젤유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여전히 모자랍니다. 북한이 원유를 정제한 것도 있고 밀수로 도입한 것도 시장에 풀린 것인데,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죠,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본 것은 북한의 연간 수요량은 연간 500만 배럴 된 것으로 본 것이죠.”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인 광물 수출도 중단됐습니다. 석탄과 철광석은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석탄 수출로 번 돈이 노동당과 군부, 국영기업, 돈주, 장마당, 광부 호주머니에 들어가야 경제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로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서 하루아침에 돈줄이 끊겼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군부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북한 통일전선부 간부 출신 탈북민 장진성 씨는 말합니다.

[녹취: 장진성] ”군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왜냐면 군에 석탄독점권을 줬는데, 석탄을 팔아야 외화로 군복이나 군수물품을 사올 수 있는데, 이게 끊기니까, 군 경제가 망가졌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광물 수출과 의류 임가공이 중단되면서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월에서 11월 기간 중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1억9천만 달러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15억 9천만 달러)의 12%에 불과한 겁니다.

외화 사정도 한층 빡빡해졌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석탄과 무기 수출, 관광, 개성공단, 해외 노동자 송금 등 5-6개 경로로 외화를 조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수출 길이 막혔고, 연간 9천만 달러를 벌이들이던 개성공단도 2016년 2월 폐쇄됐습니다.

외화 부족은 북한 당국의 특별공급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이나 당 창건일 (10.10)에 쌀과 술, 과자 등을 주민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런 특별공급이 없었다고 탈북자 출신인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9.9절에 특별 식량 공급을 줄려고 하면 해외에서 쌀을 사들여와야 하는데, 달러로 쌀을 사오기 싫으니까, 밑에 시도군, 공장, 기업소에 명절 상품을 공급하라는 명령을 떨구는 것으로 땜을 했죠, 결국 명절에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고 해서 저희도 맘이 안 좋았어요.”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맞서 북한 당국은 나름대로 대응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경제 병진 정책 대신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는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하시었습니다.”

또 북한 수뇌부는 국정의 초점을 핵 개발 등 군사 분야에서 경제개발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가 군사 분야(8회)보다 경제 분야(43회)에 집중된 것이 한 예입니다.

북한 당국은 또 제재로 인한 물가오름세(인플레이션)를 막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12월 달러 당 8천원이었던 환율이 올해도 8천150-8천200원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시장에 돈을 적게 푸는 긴축정책으로 환율이 안정세를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Very tight domestic money supply…”

쌀값도 1kg 당 5천-5천200원 선으로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북한 전역에 있는 400여개의 종합시장과 장마당도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거둔 경제적 성과는 거기까지입니다. 

북한 당국은 2016년부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경제특구, 경제개발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제재로 인해 공장과 기업소가 잘 안 돌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장이 잘 돌지 않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7월 평안북도 신의주 방직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재와 자금 노력 타발만 한다”며 공장 관계자들을 질책했습니다. 

[녹취: 중방] “이 공장에서는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 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고 건물 보수를 땜때기식으로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북한경제가 올해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점점 한계 상황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소인 아산정책연구원은 19일 발표한 ‘2019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경제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소의 고명현 연구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배경에는 외환 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명현 위원] “지금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점은 경제 한계까지 다다르고 있고 그것은 아마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향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추정이 됩니다. 그래서 2019년에는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가 굉장히 극대화될 것 같고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서 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대미 압박의 초점을 종전 선언에서 제재 완화로 옮겼습니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7월6일) 때까지만 해도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종전 선언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4차 방북(10월7일)을 계기로 종전 선언 대신 제재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10월 말 원산의 갈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대북 제재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는 적대세력이 우리 인민의 복리와 발전을 가로막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매달려 있지만…”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외화 보유 규모입니다. 만일 북한이 충분한 외화를 갖고 있다면 북한은 지금처럼 해상 환적 등을 해가며 그럭저럭 2-3년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화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낼 경우 경제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름값이 더 오르고 외화난으로 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현재 북한의 외화보유고가 하루하루 줄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Every day they losing little bit of money so every day clock is ticking.” 

북한의 달러와 위안화 보유고는 알 수 없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외화보유고가 올해 안에 고갈될 수 있다고 보고했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