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올해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관계개선, 비핵화'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후 양국 정상은 호의적인 말을 주고받으며 협상 의지를 강조했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지난 1년간 평양을 네 차례나 방문하면서 고위급 접촉을 통한 ‘북 핵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실무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고, 그러는 동안 미 정부는 지난해보다 많은 대북 독자제재를 단행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VOA가 다섯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연말기획,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올 한해 펼쳐진 미-북 외교를 박형주 기자가 되짚어봤습니다. 

전례 없는 미-북 정상급 외교가 펼쳐졌던 올 한해. 하지만 2018년 벽두를 장식한 건 '핵 버튼' 설전이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던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핵 위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며 바로 응수했습니다.

미-한 연합훈련 일정이 조정된 가운데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미-북 간 기류는 냉랭했습니다. 

[녹취 : 펜스 부통령] "We will continue to intensify our maximum pressure campaign until North Korea takes concrete steps toward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평창 방문길에 들른 일본에서 '최대 압박'을 강조한 데 이어 한국에선 인권 문제를 부각하며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정의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을 처음 발표했다.
정의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을 처음 발표했다.

​​좀처럼 긴장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반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8일 저녁 백악관.

한국 대북특사단을 통해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5월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을 약속한 겁니다. 

[녹취 :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 " Kim expressed his eagerness to meet President Trump as soon as possible. President Trump appreciated the briefing and said he would meet Kim Jong Un by May to achieve permanent denuclearization."

이후 폼페오 국무장관이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조율했고, 북한이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날짜를 6월 12일로 확정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회담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 핵 폐기를 강조하는 '리비아 모델'을 거론한 데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김정은이 합의를 이뤄내지 않으면 리비아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자 북한이 발끈했습니다. 

급기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던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맞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성명을 이유로 들며 회담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ased on recent statements of North Korea, I’ve decided to terminate the planed summit……”

좌초 위기에 놓였던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유화적 태도로 반응하면서, 재추진 쪽으로 다시 돌아섰습니다. 

마침내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오찬을 마친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오찬을 마친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두 정상은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 서명식 현장/ 녹취:트럼프 대통령]"Great personality and very smart- good combination. He’s a worthy negotiator. He’s negotiating on behalf of his people- a very worthy, very smart negotiator. We had a terrific day and we learned a lot about each other and about our countries."..."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하게 됐습니다.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공동성명에 미국이 강조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포함되지 않았고, 양측이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표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 일시 중단을 발표했고, 북한은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절차를 시작하며 후속 조치에 속도감을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실무협상은 한 달이 채 안 돼 교착국면에 빠졌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양측 간 갈등이 처음으로 노출된 것은 7월 초 폼페오 장관의 3차 북한 방문.

[녹취: 폼페오 장관] “We made progress.."

회담이 "생산적"이었다는 폼페오 장관의 말과 달리 북한은 폼페오 장관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핵신고서 제출 약속을, 북한은 미국이 '종전선언'을 제안해 올 것을 예상했다가 서로의 기대가 크게 어긋났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귀국길 폼페오 장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후로 잠시 사라졌던 '최대 압박'이라는 말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비핵화 상응 조치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미-북 협상은 공전을 거듭했습니다. 

8월 말로 예정됐던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발표 하루 만에 취소됐습니다. 

이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힘입어 10월 폼페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잠시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5월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검증받겠다는 약속을 얻어내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앤드루 김 CIA 코리아임무 센터장이 지난 7월 평양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앤드루 김 CIA 코리아임무 센터장이 지난 7월 평양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다.

​​하지만 2차 정상회담 조율 성격이 짙었던 폼페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 회담'이 또다시 불발로 끝났습니다. 

[녹취: 팔라디노 부대변인] “Schedules change all the time in fact. Sometimes we make these things public, sometimes as our schedules change, they are not public. This is a case we are dealing with purely scheduling issue, and it’s just simple as that.”

국무부는 단순한 '일정' 문제라고 밝혔지만, 폼페오 장관의 제재 유지 발언에 북한이 반발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뉴욕 고위급' 회담에 앞선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서 비핵화가 이뤄진 다음에나 대북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진행하면서도 대북 제재의 수위는 낮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화에 가장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 완화만큼은 선을 그었습니다. 

또 미-북 정상회담 이후 최근까지 발표한 독자 제재 만도 모두 9차례로 지난해 수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협상은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협상의 끈은 유지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상 차원의 이런 노력이 두드러졌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was really being tough - and so was he. And we would go back and forth, and then we fell in love, okay?”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 차례 친서를 전달하며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를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Many people have asked how we are doing in our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I always reply by saying we are in no hurry, there is wonderful potential for great economic success for that country...Kim Jong Un sees it better than anyone and will fully take advantage of it for his people. We are doing just fine!

그런가 하면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앞서, 내년 봄 `독수리 훈련’을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폼페오 장관도 최근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16일 외무성 관계자의 개인 담화를 통해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비핵화를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힐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2차 정상회담에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또 20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서는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라며 제재 해제를 또다시 압박했습니다. 

2018년 미-북 정상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열고 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뗐습니다. 

하지만 이행 방법을 놓고 대립하면서 협상은 제자리걸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두 번째 만남이 예고된 2019년 새해, 두 정상이 서로에게 어떤 메시지를 건네며 한 해를 시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