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증거청문 심리를 마친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증거청문 심리를 마친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북한 정권에 소송을 제기한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미 연방법원에 출석해 북한이 웜비어의 사망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증언에 나선 한반도 전문가들은 웜비어가 허위 자백을 강요 받았다며,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북한의 ‘인질 외교’ 측면을 부각시켰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웜비어 소송의 ‘증거청문 심리’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개최됐습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장인 베럴 하월 판사가 직접 이끈 이날 심리는 증언자로 나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 씨와 형제 2명,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와 데이비드 호크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이 변호인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관련 내용을 재판부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웜비어의 친척과 친구 약 30명은 이날 심리가 열린 법원의 방청석을 가득 채웠습니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자신의 아들이 북한에 억류됐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두려움 속에 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아들의 억류 이후 북한의 도발이 심화되고, 심지어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까지 하면서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들이 부모는 물론 전 세계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 같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아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허위 자백을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들이 체포된 뒤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면서 “북한 당국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 씨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사죄했다고 조선 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 군이 억류 당시인 지난 2016년 1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웜비어 씨는 자신의 아들이 미국에 살 때 도로표지판을 훔쳐 방에 보관했다는 발언을 했지만, 유품에서 표지판은 발견되지 않았고, 특정 교회의 사주를 받아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종교가 전혀 다르다며 사실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웜비어가 친구의 이름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문제가 생기면 내 이름을 팔라’고 했던 친구의 허락에 따른 것이었다며, 당시 증언이 사실을 토대로 행해진 게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또한 아들이 숨을 거둘 당시, 반드시 이번 일에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며 법원이 정의를 구현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 씨는 자신을 “투사(fighter)”라고 소개하면서 “악마에 대항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보다 더 악마 같은 존재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열악한 인권 환경에 놓인 북한 주민들과 일본인 납북자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사건 등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이 ‘악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웜비어가 건강한 상태로 석방됐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웜비어 송환길에 동행했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웜비어의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는 서류에 서명해야만 웜비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는 겁니다.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북한에서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런컨 공항에 도착해 미군 군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웜비어 씨로 보이는 남성(푸른색 상의)이 군용기에서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을 태운 미군 군용기가 지난해 6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런컨 공항에 도착했다. 웜비어 군으로 보이는 남성(푸른색 상의)이 군용기에서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웜비어의 부모는 아들의 북한 여행을 주선했던 여행사에 대한 깊은 불신도 드러냈습니다. 

아들의 억류 직후 여행사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느냐는 하월 판사의 질문에 프레드 웜비어 씨는 “그가 말하는 걸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무사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설명입니다. 

법원에서는 웜비어의 고등학교 졸업연설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는 친구들과 친지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으며, 부모들도 눈을 질끈 감은 채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문가로 참석한 호크 위원은 북한은 제대로 된 법적 절차 없이 주민들을 감금하며, 고문 역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을 대신해 스웨덴 정부가 웜비어 억류 문제를 다뤘지만 영사접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는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외무성은 웜비어가 의식불명에 빠진 직후 스웨덴 대사관에 연락해 더 나은 의료환경이 제공되도록 했어야 하지만, 이런 절차도 무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윤 교수도 웜비어의 증언이 강압적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웜비어가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 정책’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사용한 건 북한 당국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동생들의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 또한 장남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국과 북한 문화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월 판사는 이날 증인들의 청문을 모두 들은 뒤 “미국 법원은 발언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웜비어 가족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네며 심리 절차를 끝냈습니다. 

이날 심리는 북한 측이 앉아야 할 ‘피고’ 측 좌석이 텅 빈 채로 진행됐습니다. 

웜비어 측은 북한이 이번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근거로 ‘궐석 판결’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날 심리는 사실상 마지막 법원 출석으로, 다음 단계는 판사가 소송에 대한 ‘의견서’ 공개와 함께 최종 판결을 하는 것입니다. 

이성윤 교수는 이날 심리가 끝난 뒤 VOA와 만나 이번 소송의 목적은 북한 정권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으로 하여금 앞으로 미국 시민, 또는 다른 외국 시민, 어쩌면 먼 훗날에는 내국인까지 학대를 하고 고문을 하면 큰 경제적 손실이 따를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웜비어 측은 북한 당국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징벌적 배상액을 포함한 약 11억 달러의 배상금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 금액을 책정하면서 “계속되는 (북한의) 극악무도한 행위가 더 많은 처벌로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기 위해 (기존 판결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이 책정돼야 한다”고 재판부에 밝혔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