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워싱턴 사무실에서 VOA와 인터뷰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워싱턴 사무실에서 VOA와 인터뷰했다.

제재는 수십 년간 이를 견뎌온 북한 지도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는 단계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하고, 현재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직을 맡고 있는 스티븐스 전 대사를 안소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십니까?

스티븐스 전 대사) 지난 6개월간 있었던 긍정적이고 중요한 변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남북관계 진전을 꼽고 싶군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추가로 열렸고, 또 신뢰 구축을 목표로 남북 간 합의 가운데 일부 조치가 이행됐습니다. 하지만 비핵화를 향한 확고하고 지속 가능한 미-북 간 조치를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기자) 남북 관계 개선이 어떤 식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스티븐스 전 대사) (북한의 비핵화는) 다방면의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들은 각기 다른 비핵화 과정을 이끌어내고, 또 이들을 서로 연결 짓는 역할을 해야 하고요. 모든 과정이 진행되기에 앞서 조심스러운 논의가 필요한 데, 이는 미-한 간 충분한 공조를 의미하는 겁니다. ‘워킹 그룹’이 구성된 것도 양국이 이런 부분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고요. 북한의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step by step)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먼저 보상을 제공할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에 대한 논의를 먼저 진행해야 합니다. 

기자)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든 요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여전히 이 같은 대북 압박이 작동한다고 보시는지요?

스티븐스 전 대사) ‘최대 압박 캠페인’이란 경제 제재 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작년 북한이 느꼈을 다른 여러 종류의 압박도 포함됩니다. 당시 검토됐던 대북 군사 옵션도 북한에는 압박이 됐을 테니까요. 2017년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북한의 도발적인 행위에 상당히 우려한 한 해였지만 지금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했고, 군사 옵션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느끼는 압박은 아마도 줄어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대 압박 캠페인’을 유지한다는 것이 미 행정부의 입장이고, 실제 지난 6개월간 경제 제재를 포함한 여러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기자) 미국 재무부가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가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해석하셨습니까?

스티븐스 전 대사) 사실 북한이 제재를 견디지 못해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는 주장이 과연 맞는 분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제재를 받으면, 경제적 어려움이 따라 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논리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정말 긴 시간을 제재 속에 살아왔고, 그런 일상에 익숙해졌을 겁니다. 세르비아가 서방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당시에도, 제재를 견뎌내던 지도층의 모습을 직접 봤습니다. 북한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 지도층은 중국 등과 사업 파트너를 맺으며 제재를 통해 보다 획기적인 사업을 구상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는 생각만큼 북한 지도부에 직격탄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기자) 제제가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미 행정부는 어떤 노력을 추가로 기울여야 할까요? 

스티븐스 전 대사) 우선 북한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은 옳습니다. 두 지도자가 서로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최고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사상 처음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허락했지만, 북한은 이후 미국의 실무 협상 요청에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펼쳐줄 수 있을지, 또 미국이 무엇을 해 주기 바라는지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말이죠. 

기자) 지난 10월 북한이 참여한 가운데 유럽에서 열린 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하신 걸로 압니다. 미-북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열린 만큼, 북한 대표들의 태도나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 지난 십여 년간 반관반민회의에 참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세상 밖에 대한 북한 측 대표단의 관심이 점점 더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북한 경제 개발에 대한 언급이 잦아졌다고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들이 할 수 있는 말, 나타낼 수 있는 감정이나 표현은 제약적입니다. 

기자) 미-북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어떤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스티븐스 전 대사) 1차 미-북 정상회담의 중요한 부분은 양국 관계 발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북한에 주는 메시지였습니다. 북한 정권은 긴 세월, 주민들에게 미국을 적국으로 선전하며 미국이 적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해 왔죠. 북한의 최대 관심 가운데 하나가 안전보장인데, 사상 처음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모습을 본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쩌면 생각을 약간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차 정상회담은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의 장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련 사안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려면,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기자)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어떤 것을 꼽으시겠습니까?

스티븐스 전 대사)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효과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던 중국의 쌍중단’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극에 달했던 작년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진 만큼, 현 상황을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답하겠습니다.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지만, 사실 북한과 다뤄야 할 문제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무수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아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준비가 됐는지 등을 논의하고 단계적인 조치를 밟아 나가야 합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미-북 협상과 대북 제재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